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빛나는 삶을 디자인하다

카테고리 없음

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2. 16. 19:27

본문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6921117619

 

빛나는 삶을 디자인하다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보석이란, 인간이 품은 허영심의 표현 그 극한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도의 무굴 제국은 코이누르라는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를 통해 제국의 위신을 과시했고, 요즘 드라마 <빨간o선>을 보면 상류 사회의 욕망과 자긍심을 드러내는 직접적 수단이 보석으로 구성된 예물 세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석의 기능과 의의를 그저 사치와 향락 쪽으로만 연결시키는 건 꽤 피상적이고 편협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같은 보석이라도 어떤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가꾸어지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과 영감의 원천 노릇을 하거나, 패용하는 사람의 품격과 이미지를 매우 다르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보석 세공과 디자인이 시대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천차만별로 발달해 온 이유입니다.

책 앞날개에 적힌 저자 최우현 디자이너의 경력을 참으로 화려합니다. 한국인의 미감, 심미안과 손재주가 이 정도씩이나 된다는 걸 세계에 확인시킨 자랑스러운 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1권을 아직 읽어 보지 못했으나 이 책을 완독한 후 따로 찾아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은 이제 이 분야에서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p83에 보면 보석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자질에 대해 저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자는 주저없이 관찰력을 꼽습니다. 이 관찰력은 기계적인 시력, 해상도 같은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캐치한 후 이를 원래의 숨은 곳으로부터 밝은 시야로 드러내는 통찰력에 가깝겠습니다. 저자는 또한 이 관찰력은 일종의 감각으로서, 한번에 계발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가꾸어지는 센스라고 하며 특히 성장기에 중점적으로 길러지고 함양된다고 지적합니다. 참으로 타당한 말씀입니다.

책은 고급 백상지에 인쇄된 총천연색 사진들과 도판이 가득합니다. 보석을 이야기하는 책답습니다. 읽으면서 그저 겉으로만 화려하게 보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던 보석이, 사실은 이런 인문적 함의를 지녔었구나, 인류 문명사와 보조를 맞춰 온 보석들이 역사 곳곳의 지점에서 가치와 이념, 감정과 인륜의 상징물, 매개 노릇을 이처럼 알차게 해 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호박은 한국의 농가에서 가꾸는 채소를 가리키는 말과, 이 책 p132에 소개되는 보석류로서의 amber가 (당연히) 서로 무관한 단어입니다. 주변에서 호박의 용도로 자주 거론되는 여러 상황들과, 이 책에서 차근차근 짚어 주는 체계적 위상이 상당히 차이가 나서 책을 읽으면서도 진땀이 났습니다. 잘못 알고 있던 바를 고치는 게 독서의 의의이며 양서를 만나는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p170에 나오는 삽화 "하늘을 품은 나비"를 보면 세상 천지에 다시 없을 부드러움을 지닌 곤충이 이처럼   표독스러운 야망과 당참, 혹은 간교함을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 파트는, 현재 재난으로 큰 고통을 겪는 터키와도 깊은 관련을 지닌 터쿼이즈 보석을 설명합니다. 보석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과 정신의 심층 구조에 대한 비밀을 밝혀 주는 듯하여 신기합니다. 사람이나 보석이나 그 기원이 한줌 흙으로 공통이라서일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좋은 책들을 함께 보내 주신 마음시회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