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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근대적 통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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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3. 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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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근대적 통치성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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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적 통치성 총서 두번째권입니다. 근대와 전근대의 개념 구획은 물론 서양의 것이 원류이므로 근대성에 대한 고찰 역시 서양 역사를 통해 수행하는 게 원칙이겠습니다. 또 "통치성(governmentality)" 역시 20세기 후반 미셸 푸코가 정립한 담론을, 이 책에 정선되어 실린 논문들에서도 유효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3권(<동양의 근대적 통치성>) 제2장을 차지하는 "개화파의 세계관"을 저술한 김충열 교수도 한국 격동기 한복판을 지나며 변혁의 한 주역으로 활동했던 유길준의 논설 여러 대목을 인용하며 저 시기 조선 지식인들이 바라보던 근대의 초점이 무엇이었을지를 궁구합니다. 이 2권의 제2장을 점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민주공화주의의 친화성"의 필자 채진원 교수도 p79에서 유길준을 거명합니다. 유길준이 새삼 소환된 이유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그가 받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며, 지금 이 논문은 영국(GB) 전체의 산업혁명과 근대화에 있어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기여를 분석하는 게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막스 베버가 그의 탁월한 저작 <프로테스탄트와...>에서 양 이념의 관계를 처음으로 주창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책은 베버 이전의 시대부터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이미 컨센서스를 형성한 바에 대해 사회과학적인 검증을 시도한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논문은, 이어서 조선 지식인이 왕조 지속 기간 내내 확고히 받들었던 성리학과 서양의 프로테스탄티즘 사이에 얼마나 큰 유사성이 있는지 톺아봅니다. 채 교수는 나아가 한국의 586 운동권이 공유한 세계관에 대해서도 일별하는데 얼핏 보아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념과 진영 사이에도 커다란 상사성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FIFA 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격돌이라도 하면 둘 다 축구 강국이라는 점 외에도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항쟁이 종종 회고되어 경기외적 흥미까지를 북돋웁니다. p144 이하를 보면 오란예 공 빌렘이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하여 저항 운동을 이끈 역사를 분석하는데, 이때 흥미로운 건 이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라는 게 그저 종교적 대립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 구조와 산업 역학 관계를 둘러싸고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를 결판내는 일대 승부였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경제적 계급적 이해가 일치하는 네덜란드 신교도들의 항쟁에, 엉뚱하게도(?) 가톨릭 교도까지가 합세하여 이베리아 반도의 저지대에 대한 종주권을 부정하려 든 것이죠.

독일의 헌법학자 스멘트는 국가 어젠다 중 하나로 "동화적 통합"을 논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어떤 코어나 지향성이 형성된 후의 "통합의 동학(動學)"을 강조하며, 이것이 분절과 통일 사이의 그 어느 지점에서 국가의 생산적 전진을 주도한다고 정리합니다. 또 이는 위르겐 하버마스가 논한 사회통합과도 구별된다고 하는데 이는 이상적 발화 상황, 소통의 평등이라는 두 가지 유명한 전제조건을 꼭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북한과의 통일을 언제나 국가 과제로 삼아 온 우리로서는 참고해야 할 바가 많은 이론입니다.

영국 공화정은 절대 왕정 후에 이어진 왕의 실패한 폭주, 그로 인한 무력 공화 혁명과 왕정 단절, 왕정 복고와 명예혁명으로 이어지는 대단히 모범적인 궤철이 있기에 특히 근대성과 통치성 고찰에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공화정을 품은 왕정, 제한된 왕정 등 영국사에 실재했던 다양한 형태의 통치 구조로부터 "정규(성)"을 추출합니다.

프랑스 혁명은 시민혁명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자 모범이었기에 통치성을 고찰할 때 메인 필드가 되어 마땅합니다. 미셸 푸코 역시 통치성 담론의 원 무대에서 프랑스 혁명사를 집중 조명한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통치성에는 프랑스식 자유주의가 개입하는데 이 자유주의도 경쟁적 자유주의, 복지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등의 스펙트럼을 갖습니다. 농민 참여 형태도 프랑스식 소농 주도가 있는가 하면 프로이센식의 융커 주도형이 있는데 이 둘의 차이가 이후 각국의 역사 전개 양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살피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죠.

3권도 인도의 재정경제 제도 조명을 통해 통치성의 실체를 분석했는데 이 2권에서도 이른바 재정국가로서의 프랑스를 해부함으로써 대체 푸코적 통치성의 본령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유감없이 교육합니다. 시민과 국가 사이의 영원한 긴장 관계를 가장 총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통치성"에 대해 깊이 살필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