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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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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래 타인에 대해 폭 넓은 공감을 하게끔 만들어진 존재인데 경우에 따라 타인에 대해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그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불운한 성장 과정을 거친 사람은 본래 그렇다고 하지만, 충분히 애정을 받고 자란 사람들도 사회에 나와서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다 보면 저런 "인간 알레르기" 환자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하네요. 내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축복, 부모님께 받은 혜택 등을, 쓸데없는 소모적 관계에서 낭비해 버린다면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심리학개론에서 자주 배우는 게 투영, 전이 같은 반응입니다. 억압, 치환, 승화 같은 것도 있습니다(p77). 우리 인간의 이성은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없고, 많은 경우 합리적이긴커녕 매우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남뿐 아니라 나의 이러이러한 행동도 비이성적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자기객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정신의 균형추를 잘 잡을 수 있겠습니다. 무려 분자세포학 단계에서도 자살 유전자라고 부르는 세포사(細胞死 apotopsis) 시스템이 존재한다는데(p55), 사람 역시 죽음을 동경하는 이상한 본능이 내재한다고 합니다.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서 저자가 제시한 건 에로스와 타나토스 둘을 잘 조절하여, 감정이 어느 한편에 의해 폭주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면역 시스템은 정말 중요합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요즘 이 병에 다시 감염되어 고생깨나 한다고들 들었습니다. 면역력은 물론 각종 유행병뿐 아니라 암까지 막아 주는 든든한 건강 자산이지만 이 면역 반응이 지나쳐도 문제가 됩니다. 저자는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면역도 주장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타인에 대해 너무 밀어내는 반응을 보여도 문제이지만, 타인을 너무 쉽게 믿고 위험한 상대에게 경솔히 호의를 베푸는 건(p81), 거친 사회에서 방어막을 너무 쉽게 내려 버리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일본 속담에는 "부처님 얼굴도 세 번까지(p114)"라는 게 있나 봅니다. 내가 미리 부탁도 했는데 나한테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사실 저 역시도 마찬가지로, 다른 분이 미리 신신당부하신 바를 못 지킨 아픈 기억이 있네요). 여튼 이런 사람에 대한 이물감(책의 표현입니다)이 마음의 항체로 자리잡아서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거부 반응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p99). 오히려 이런 최소한의 면역 반응이 있어야 내가 사회에서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과의 치열한 상호작용과 소통 괴정에서 상처 덜 받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간 알레르기가 위험한 건, 한번 반응이 일어나면 이게 폭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도미노 현상, 변질 등을 드는데 그 가장 나쁜 부작용은 "마음을 허락해도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물질로 취급하고 알레르기를 형성(p127)"한다는 것입니다. 해리 할로는 애착 실험을 통해 포유류가 어떤 경우에 모자 사이에 이상 감정 교류가 일어나 성체가 되어서도 장애를 겪는지를 연구했습니다. 바늘인형 밑에서 자란 원숭이는 자해라든가 정형행동의 반복 등 이상행태를 보였고 여기까지는 예측이 된 바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천 인형 밑에서 별 고통 없이 큰 원숭이도 자폐 비슷한 단계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진짜 엄마가 애한테 없었으면, 환경적으로 평안했건 위협적이었건 결과는 큰 차이 없이 부정적으로 나온다는 게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건 르네 스피츠의 실험인데(p153), 시설이 잘 정비된 고아 시설에서 자란 아이보다 차라리 교도소에서 엄마와 같이 자란 아이들이 훨씬 정상적으로 자랐다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그 영부인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어린 자녀에 대해 엄마와의 분리 조치를 끝까지 반대했던 사실도 기억이 나게 했네요. 포유류라는 동물의 유전자 체계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참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사람들, 타인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다지만 혹 그렇다면 우리는 지옥에 던져진 숙명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경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경계를 풀고 소중한 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도 역시 문제입니다. 중용의 도를 잘 지키는 게 예나 지금이나 핵심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