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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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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2. 11. 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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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좋지 못한 결과가 벌어졌을 때 그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야할지 결정하는 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이른바 인과관계의 확정이라는 건 따지고보면 모든 형사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입니다. conditio sine qua non이라는 원칙이 오랜 동안 서구권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했으나 이 원칙을 고수하자면 살인 사건의 머나먼 근원은 그 살인자의 출산으로까지 거슬러가야만 합니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저질러진 정말로 나쁜 짓은 1) 도촬과 2) 그 책임을 은폐하려는 상해, 이 둘뿐입니다. 구태여 따지자면 3) 깡패가 저지른 폭행치사 하나가 더 있겠으나 이 작품에서 3)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주목하지 않습니다. 양심, 정의, 죄책감 같은 것은 정상적인 도덕감을 지니고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문제가 될 뿐이라는 전제가 깔려서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p142를 보면 우진이는 비로소, 평소에 부러워했던 친구 oo의 본색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사람 앞에서도 잘 웃고 당당했으며.... 사실 이런 장점들은 그의 엄청난 무심함과 이기심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이런 거침없고 태연해하는 기질이 사실 장점이 아니라, 타인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그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더러운 이익을 취하려는 한없이 추악한 내면의 표출이라는 걸 늦게나마 꿰뚫어 보게 된 거죠.

작중의 oo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이런 악마 같은 이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중에는 강자의 탈을 썼지만 사실 모래성처럼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자도 있고, 겉으로 약한 척 온갖 궁상을 떨면서 속으로는 남의 호의를 악용하여 사기를 치려는 구질구질한 싸이코도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 잘생긴 우진이도 순전히 정의감만을 동기 삼아 결단을 내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oo의 권력(상당 부분은 그 아빠에게서 유래한)이 알고보니 그리 탄탄한 게 못 되었다는 냉정한 계산도 한몫했던 거죠. 우진이가 나쁜 아이는 물론 아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갈윤의 남친이었던 그가 그런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도 어쩌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었는지, 상당 기간 동안 자기 진로를 위해 oo 같은 나쁜 녀석한테 협조할 생각을 먹었는지, 윤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진범과 진상을 밝힐 책임을 지녔으면서도 본분을 그토록 오래 잊고, 터무니없는 데다 부도덕한 동기에서 자신이 죄를 뒤집어쓸 작정이었는지가 어이없었습니다. oo 같은 애당초 근본이 나쁜 인간은 차치하고, 저는 우진이가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는 윤의 남친이었습니다. 어떤 위험과 불안으로부터도 여친을 지켰어야죠.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따라서 어떤 편지를 보내거나 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 소설은 그래서 "과연 진상이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마치 미스테리물처럼 독자에게 불러일으키네요. 윤의 엄마가 깡패와 맞서려고 차 밖으로 내린 행동은 물론 무모하긴 했으나 도덕적으로야 아무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적을 울린 xx의 행동도 잘못이 없죠. 인과관계의 무한 소급은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진짜 귀책자에 쏠려야 할 비판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 속에서 정말로 큰 잘못을 저지른 녀석은 oo일 뿐입니다(깡패는 인간이 아니니 논외).

아무튼 정의가 마침내 실현되는 과정은 감동적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생각나고, 1991년작 미국 영화 <여인의 향기>도 살짝 떠올랐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의 정의를 끌어내려는 여교사 나현진의 젊은 양심도 아름답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