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처음 만나는 맹자(孟子)

카테고리 없음

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5. 5. 00:20

본문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9476992627?query=%EC%B2%98%EC%9D%8C%20%EB%A7%8C%EB%82%98%EB%8A%94%20%EB%A7%B9%EC%9E%90&NaPm=ct%3Dlh99vm88%7Cci%3D4790598b0b0ae337be0e478a3b22ad8bb436389c%7Ctr%3Dboksl%7Csn%3D95694%7Chk%3Dc9032dfc801384c968e9e7f372e69e38bbeb180b 

 

처음 만나는 맹자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2년 전 <처음 만나는 톨스토이 단편선>을 책좋사에서 당첨되어 읽은 후 미래주니어의 "처음 만나는" 시리즈를 이 책으로 두번째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 책도 어린이들에게 최대한 쉽게 고전 내용을 전달했었고 독후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부대 컨텐츠를 실었기에 어린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더랬습니다. 

<맹자>는 물론 우리 조상들이 읽던 중국 고전이지만 어린이들이 읽기엔 좀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처럼이나 직관적이고 명쾌한 텍스트였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과 함께 토론도 하는 교재로 정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그냥 어른이 읽어도 솔직히 충분히 유익합니다. 저는 이 책이 제 수준에 딱! 맞았습니다.

<삼국연의> 등 중국 고전, 문학서에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천승제후 만승천자입니다. p18에 잘 나오는 대로 승(乘)은 수레라는 뜻입니다. 수레를 몇 대 동원할 수 있느냐로 권력자의 지위를 대유(代喩)하는 표현인데, 한반도는 과거 도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수레가 다니지 못해서 저 표현이 잘 와닿지 않았죠. 위나라의 혜왕은 <맹자>에 참 자주 등장하며 아예 양혜왕편이 책 안에 하나의 챕터로 있습니다. 양(梁)은 위(魏)나라의 후기 수도 대량(大梁)을 가리킵니다. 이 도시는 이때로부터 1300여년 후에 세워진 주전충의 양나라, 조광윤이 세운 송나라의 수도 구실도 합니다.


책 p19에서 말하듯이 양혜왕의 속물스러운 이(利)를 좇는 물음에 맹자는 인의(仁義)를 대답합니다. 책에서는 이 "인의"가 맹자 철학을 이해하는 첫 단추라고 일러 줍니다. 맹자 철학뿐 아니라 다른 철학자의 사고 체계, 수학, 자연과학 등에도 키워드, 첫 단추라는 게 있습니다. 이 인의는 맹자뿐 아니라 다른 유학자의 세계관을 이해할 때에도 핵심적인 노릇을 하는데 특히 맹자는 군주에게도 인의의 덕을 강조한 기개로 유명합니다. 책은 이처럼 첫 단추를 세심히 어린 독자들에게 일러 줘서 책을 더 쉽게 읽도록 도울 뿐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합니다.

맹자는 혜왕의 거듭된 질문에 "먼저 현자가 되고, 먼저 인의를 베풀어야 그 모든 기쁨을 누릴 자격이 생김"을 가르칩니다. 답을 미리 정해 놓지 않고 순진하게 뭘 물어 보기라도 하는 혜왕의 때가 덜 탄 모습을 그나마 칭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왕쯤이나 되어서 어쩌면 이렇게 실천적 고민이 부족하고 철이 덜 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느끼게 됩니다.

p25에는 오십보백보의 유명한 고사가 소개됩니다. 책에서는 나보다 못하는 친구들을 비웃고 무시할 게 아니라 과연 내가 저들보다 근본적으로 나은 게 뭐가 있는지, 내가 잘못한 행동은 없는지 반성해 보라고 충고합니다. 맹자 앞에서 바보가 되곤 하는 혜왕만 나무랄 게 아니라 자기 잘못을 모르는 어린 독자들도 반성을 하지 않으면 저 혜왕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책은 가르칩니다. 이처럼 중국 고전은 알기 쉽게 독자를 교화한다는 점이 탁월하며, 이 미래주니어 시리즈는 그 교훈을 어린이들에게 더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왜 큰 동산은 작고, 작은 동산은 클까? 재미있는 역설입니다. 백성들과 기쁨, 슬픔을 함께한 주 문왕은 동산에 경계를 짓지 않았으므로 큰 동산도 크게 여겨지지 않았으며, p47의 제 선왕은 작은 동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박한 정치를 폈기에 백성들이 동산을 크게(=부담스럽게) 여겼습니다. 사실 제나라나 위나라나 국세가 기울어가던 무렵이라 왕이 더욱 근검절약하고 백성 앞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어야 했는데 왕부터가 정신을 못 차리고 저 모양이었으니 나라가 망하는 게 당연합니다. 천 육백 년 후 조선에는 연산군이 등장하여 동산을 넓히고 폭정을 펴다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맹자의 가르침은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p99에는 "재주가 뛰어나도 도구가 있어야 각도를 잴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왕의 마음이 비록 선하더라도 그 어진 마음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줄 도구가 없으면 백성에게 그 혜택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그 도구란 게 무엇일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린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볼 말합니다. p94에는 그 유명한 오륜(五倫)이 나오는데 <맹자>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천하무도(天下無道) 소역대(小役大) 약역강(弱役强)" p103에 나오는 말입니다. 세상에 도가 없으면, 작은 것은 큰 것에 의해 부려지고,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의해 부려진다는 뜻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딱 지금 같은 세상을 두고 이름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덕이 없어도 힘이 있으니 그 또한 하늘의 모습"이라는 책의 서술이 약간은 야속하게 들릴 독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맹자 특유의 현실주의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분노해서는 안 되며 공자가 말한 인부지불온이면 불역군자호를 되새겨 나 자신의 단점을 먼저 바로잡을(p101) 일이겠습니다. 책에는 弱亦强이라고 해서 부릴 역(役)이 또 역(亦)으로 되어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쓰는 게 단조롭지 않고 문장의 맛이 더 살아나는 것도 같습니다^^

p116에는 순우곤의 고사가 나옵니다. 나라가 물에 빠지면 도로써 구하고, 형수가 물에 빠지면 권(權)으로 구하라는 유명한 맹자의 대답입니다. 이처럼 권(權)이란 글자는 유교 경전에서 대체로 좋은 뜻은 아닌데 권모술수라는 단어도 그렇고 이성계의 벼슬(중국에서 내린)은 권지고려국사라고 할 때의 권도 마찬가지입니다. p55에는 왕도정치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의 반대가 패도정치이며 패도와 통하는 게 바로 권, 방편(方便)입니다.  

사물은 자연스럽게 자라는 고유의 이치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 억지로 키우면 탈이 납니다. 이를 두고, 벼를 억지로 잡아 뽑는 조장(助長)이라고 하는데 p70에 나옵니다.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마음을 측은지심(p80)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도 <맹자>가 원전입니다. 성선설이 여기서 근거를 둠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요한복음에는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p162에는 인이 결국은 불인을 이기며 마치 물이 불을 끄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어린 독자들도 맹자의 가르침을 새겨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면 세상이 덕과 인과 의로 가득하여 폭군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