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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식의 연기수업 1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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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두고 이렇더라 저렇더라 평가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쉬워 보이는 것도 막상 자신이 직접 해 보면 어려운 게 많습니다.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책 p14를 보면 "나 정도면 연기가 나쁘지는 않지, 라며 긍정의 덫에 빠져 있는 연기자 지망생들, 그들은 먼저, 이 배우는 연기가 이렇더라, 저렇더라 라며 품평하는 버릇부터 버려야 합니다"라는 충고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객관화부터 선행되어야 그 자신이 하는 일이 첫발을 제대로 뗄 수가 있죠. 높은 자의식도 버리고, 텅빈 마음으로 "진짜 나"를 직시해야 참된 연기 공부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연기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파악된다고 합니다.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연기, 둘째 역할, 셋째 작품, 넷째 예술로서의 연기,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초월적 관점에서의 연기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게, 이 다섯 가지가 별개인 것 같아도 결국은 하나이며, 하나를 제대로 하려면 이 다섯 가지 관점이 다 철저히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기꾼의 능수능란한 표정 연기, 물 흐르듯 유창한 화술, 이런 걸 두고 야 대단하다, 배우를 해도 되겠다 라며 짐짓 감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농담 혹은 조롱의 의도로 이런 말을 할 때에도, 속으로는 저처럼 마음에도 없는 말, 감정이 자유자재로 나오니 정말 연기자 적성도 타고났다는 평가를 우리가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자께서는,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 기술과 연기자의 연기는 근본에서부터 다르다고 단정합니다. 배우는 그저 배우이기만 한 게 아니라, 연출자라야 하고 작가이기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사기꾼은 그저 자신도 믿지 않는 거짓을, 상대를 속이기 위해 전달하는 재주를 부리지만, 연기자는 자신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본만 보고 시청자나 관객에게 마치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며 진심을 담아 전달하고 마침내 자기 감정에 동화시키며 감동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게, 예전 분들이 원로 탤런트들에게 선생님 자를 붙이며 꼬박꼬박 존경의 뜻을 표하는 관행에 대해서였습니다. 연기자가 TV극 등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건 어떤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 부모에 대한 효성, 국가에 대한 충성... 어떤 사람은 실제 저런 마음이 있어도 그게 잘 표현이 안 됩니다. 그걸 뛰어난 배우들, 연기자들이 시청자나 관객을 대신해서 가장 극적인 모양새로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아는 듯 저렇게 감동적으로 대신해서 말을 해 주고 눈물도 흘리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일류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은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p79 이하에서 설명되는 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이해입니다. 먼저 배우는 대본을 철저히 읽고 소화하려 들지만 이것은 2차적 상황일 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제딴에는 몰입한다며 자기 나름대로 연기를 열심히 선보이지만 어쩐지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자기가 현재 처한 진짜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대본을 연기하려 드니 어색하고, 때로는 미친 사람 같게도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내가 처한 상황, 극에서 연기해야 할 상황, 이 두 가지가 철저히 파악되었다면 이제 비로소 촬영 현장에서 실제 연기해야 할 상황이 나오는데 이게 3차적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마치 1차적 상황에서 저 연기를 해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정말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듯한 느낌... 그런데 일류 연기자의 그런 결과만을 보고, 자기 진짜 상황은 무시한 채 바로 연기랍시고 뭔가를 하니, 어설픈 성대모사처럼으로밖에 안 나오는 것입니다. 1차 주어진 상황을 잘 이해하려면 스몰토크 훈련(p90)을 열심히 하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 줍니다.
올바른 발성, 정확하고 멀리가는 발성을 하려면 신체 훈련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바른 자세도 중요합니다. 특히 제가 집중해서 본 건 p121 이하의 연결부위 트레이닝인데 이런 자세를 취하면서도 무릎은 적당히 굽은 상태이어야 한다는 게 좀 어렵게 느껴졌네요. QR코드도 있으니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해 보면 더욱 큰 효과가 날 것 같습니다. 들숨 날숨 외에도 잔여호흡 처리가 중요하다(p144)는 말씀도 귀기울여야 하겠습니다. p159 이하의 성대 훈련도 따라해 보니까 다 끝난 후 힘이 좍 빠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앞에서 all for one, one for all, 연기의 다섯 가지 측면에 대해 자세한 이론을 읽었는데 이 책은 그 중 첫째, 자신에 대한 연기 수업입니다. 책 말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명심할 부분 강의, 그 앞에 연기칼럼도 읽고 새겨야 할 부분이 많았네요. 이런 책은, 다 읽고 나서 찔리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