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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관계 맺는 당신이 좋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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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혹은 직장 등 조직 안에서 가장 힘든 게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며, 복잡다기한 사람 한 명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사람과 퍼즐을 어찌어찌 맞췄다 해도 나머지 퍼즐 조각들이 또 문제입니다. 애초에 다른 사람을 내가 파악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매우 속물적이고 타산적인 스탠스라서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정직하고 가식 없는 소통이 답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룰이란 게 있습니다.
남한테 공감을 못 하는 사람도 물론 큰 문제입니다만 남에게 무작정 공감을 해 달라고 시도때도없이 강요하는 사람 역시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은 누가 자신에게 공감을 해 주고 안 해주고를, 선악의 잣대로까지 사용합니다. 정신과 감정의 발달이 유치원생 단계에 머무른 소치이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극단적인 공감 불능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p38에는 체크리스트가 하나 나오는데 이로써 자신이 공감 중독이 아닌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공감에 지나치게 중독되는 게 알고 보면 자존감이 낮은 까닭이라고 저자는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패리스 힐튼 같이 자신의 부, 그것도 자기 힘으로 번 것도 아닌 부를 과시하는, 셀럽 아닌 셀럽이 너무 많습니다. 아니, 부모님께 돈 많이 물려받은 게 물론 죄는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주 노출되고 그런 노출도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건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패리스 힐튼이 문제가 아니라, 패리스 힐튼 같은 사람을 도에 넘치게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남이야 뭘 하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신경 쓰면 패리스 힐튼 따위가 뭘 하든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p65에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이봐, 해 보긴 해 봤어?"라는 말이 인용되는데 자기 할 일에 사명감을 갖고 온갖 열정을 다 불태우는 사람은 열등감을 가질 새도 없고 비생산적인 일에 신경을 팔 새도 없습니다.
어떤 관계가 이쁜 관계일까요? 아주 좋은 예가 p133에 나옵니다. 저자께서는 비행기 아일석에 앉았는데 윈도석에 앉으실 분이 들어오면서 "제가 화장실 갈 때 실례를 할 수 있겠네요."라고 하더랍니다. 물론 여성분들 사이니까 이런 상황이 가능했겠고, 만약 남자들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좀 그렇겠죠. 그렇다고 해도 한 십여 년 후에는 남자들끼리도 이런 곰살맞아 보이는 매너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도 십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으니 말입니다. 혹시 남녀 간에 이랬다면, 다른 오해가 생길 수도 있죠.
p148을 보면 정말 공감되는 말씀이 있는데, 그냥 알아서 자기 속을 자기가 지옥으로 만드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남 얘기도 아니고 딱 제 얘기더군요. 어떤 사람이 이러이러한 말과 행동을 했다면, 그에는 전후 사정으로 수천 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사람은 꼭! 그 중에 최악의 시나리오 하나를 골라서 그걸 기정사실로 여기고 그때부터 지옥에 자진해서 빠져듭니다. 이걸 가리켜 저자는 "악마의 편집"이라 부릅니다. 본래 악마의 편집은 남을 모함하고 곤경에 빠뜨리려고 전후 사정 안 따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건데, 이건 그나마 당초에 의도한 이익이라도 챙긴다는 점에서 그나마 낫습니다(나중에 그 억울한 피해자에게 어떤 복수를 당하는지는 일단 논외로 하고). 자기가 자기 팔자를 꼬는 이런 자충수야말로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극치입니다.
요즘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들어온다"는 유행어를 많이 씁니다. 이것도 처음 들어본 분에게는 좀 낯설 수 있겠다 싶은데, 저자 말씀대로 요즘 사람들은 일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하는 게 필수 매너입니다. 이 선을 안 지키는 사람한테 저런 비유적 표현을 쓰는 건데, 세상이 그만큼 변해서 남의 오지랖을 용납하지 않고, 아무 일에나 참견(p221)하고 드는 사람을 그만큼 꺼리는 거죠. 말이란 게 괜히 많이 쓰이는 게 아니라 다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서겠습니다.
p246을 보면 65세까지가 UN에서 규정한 청년이라고 합니다. 좀 심했다 싶기도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니고 유엔에서 그리 정했다니 가벼이 볼 수도 없습니다.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은 서로 죽고못사는 애정 행태를 보이지만, 잘 살아야 할 중장년 부부들은 오히려 데면데면하고 카페 같은 데서 눈에 꿀이 떨어지는 이 나이또래 남녀들은 불륜이 대부분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습니다. 저자가 p245에서 이야기하는 노부부 같은 분들이 바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이상상입니다. 이보다 더 예쁜 관계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