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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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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7. 1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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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노래한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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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감동시킨 청중으로부터 갈채를 받고 싶어합니다. 그녀는 리틀리버라는 촌구석(p355)에서 나고 성장했지만 언젠가는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만인의 스타가 되고 싶어합니다.

작가 엘리 라킨도 뉴욕주 이타카 칼리지를 졸업한 분인데 이 소설에는 에이프릴이라는 젊은 영혼을 낳고 사로잡은 고장 이름이 이타카이며 에이프릴과 둘이 될 수 없는 고향입니다. 오뒷세우스도 10년 동안 지중해를 떠돌며 꿈에도 잊지 못할 고향 왕국이 이타케였는데 그곳에서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립니다. 에이프릴에게는 이타카와 리틀리버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필그림(pilgrim)은 순례자라는 뜻입니다. 에이프릴이, 아빠의 새 애인인 아이린의 차를 훔쳐 가출했을 때 이타카에 머물며 일했던 식당이 데카당스(p167)였고 그곳의 금발 주방장 보디가 에이프릴을 내내 필그림이라고 장난스레 부릅니다(p242, p305, p171 등). 유래는 에이프릴이 4월이라는 뜻이고, 청교도 필그림이 북미로 건너왔을 때 타고온 배가 메이플라워라서입니다. 보통 여자 이름이 월명일 때는 탄생월을 따서 그리 붙이겠는데 정작 이 에이프릴은 5월생(p317)이라는 게 함정입니다.

에이프릴은 1978년생(p286)이며 집을 나온 1994년에 고작 15세였습니다. 그런데도 애덤 저건스라는 좋은 남자, 코넬 대 건축과 박사과정 재학생(p230)을 만나 미성년자 티를 안 내려고 신분증까지 위조합니다. 1994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드러내는 여러 장치가 있는데 즐겨보는 드라마가 <90210>이라는 점(p284, p301). 또 p240에 언급하는 <사인펠드>가 그것입니다. <90210>은 당시 한국에서도 수입해 와서 <베벌리힐즈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MBC에서 방영했었는데 섀넌 도허티가 주인공이었던 바로 그 드라마입니다.


15세의 에이프릴은 아직 자존감이 부족한 소녀였습니다. 이제 계모가 될 아이린이 사실은 자신의 친모를 닮았다고 생각했고, 자신도 어머니를 닮았는데(딸이니까 당연) 왜 사랑을 못 받을까 고민합니다. 또 애덤 저건스가 잠시 애나(p184)를 데려오자 옛날 영화배우를 닮았다며 위축되고 동시에 질투합니다. 사실 그녀는 (이 소설 전체에서) 중요한 인물이 전혀 아니었고 건축 관련 고객으로 잠시 동행했을 뿐이었습니다. 애덤의 전여친은 p282에 잠시 언급되는 밀리인데 물론 그녀도 중요한 인물이 아닙니다. 애덤에게는 중요한 인물이 오로지 에이프릴이었고 에이프릴도 알았으나 로즈메리에게 정체를 들키고 난 후 도저히 이타카에 머물 수 없게 되며 여기서 소설 1부가 끝납니다.

p492에 나오듯, 에이프릴은 이타카, 고향에서도 동경했고 고향보다 더 정이 든 곳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이타카였지만 내가 가장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p482에서 에이프릴은 또 (좋은 남자였던) 저스틴과 헤어지는데 그에게는 든든한 아빠가 불러 갈 곳이라도 있지만 자신은 처지가 너무도 다름을 알고 다시 절망합니다. 마치 데카당스의 칼리가 "돈 많은 집 년들"을 욕하는 장면과 비슷한데 그래도 에이프릴은 저스틴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p563에서 에이프릴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에단에게 그녀가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포함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p455에서도 다시 확인되듯 에이프릴은 남자에게 큰 위안을 주는 면이 확실히 있습니다("저스틴의 안도감은 즉각적이고도 찬란했다."). 물론 그녀의 이런 면을 악용하려 든 레이(p386) 같은 놈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이런 그녀의 장점을 알기에 애덤 같은 이들은 에이프릴의 상처를 보듬고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 p176를 보면 애덤은 에이프릴에게 "그 나이를 살아낸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까요."라며 격려하는데 사실 아직도 애덤은 그녀의 나이에 대해 착각하는 중입니다만 어차피 결론은 같았을 겁니다. 에이프릴은 세상에 "전화번호부에서 엄마 이름을 찾아야 하는 아이(p146)"가 또 있겠냐며 신세를 한탄합니다. p298에서는 칼리에게 울면서 "내가 여섯 살 때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나 아주 짧게나마 엄마에 대한 좋은 추억도 있었는데 p467을 보면 해변에서 다 큰 에이프릴에게 아가라고 부르는 엄마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다섯 살이 다 큰 나이는 아닙니다만). 이게 그 나름 의미심장한데 p613을 보면 에이프릴에게 내내 엄마처럼 친절했던 마고 아줌마가 (22세에 엄마가 된) 에이프릴에게 "아가"라고 부릅니다. p490, p119에서 마고 아줌마는 공중전화를 통해 침묵이 이어져도 대번에 그 송화인이 에이프릴이라는 걸 알아챌 정도입니다.


에이프릴은 남자들에게 별명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p311의 제임스 딘(개리스 바에서), p152의 사자소년, p374의 전단지 남자(이 자식이 레이였죠) 등이 그녀가 남자들에게 붙인 별명들입니다. p184에서는 애나에게 영화배우 여자라고 불렀고, 그래서는 꼭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에이프릴의 이름을 갖고 장난을 많이 칩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아니가 "삼월에 사월이 찾아왔네"라고 한다든가(p414), p422에서 저스틴이 "넌 원래 삼월에는..."이라고 하는 말이 그 예들입니다. p401에서는 에이프릴의 이름을 June이라 (예전에) 잘못 불렀던 브랜딘 베이커가 언급됩니다.

에이프릴이 남자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느냐입니다. p220을 보면, "그 앨범 수록곡들은 라디오에서 절대 나오는 법이 없었고.."라며 애덤의 취향을 높게 평가합니다. p479을 보면 에이프릴이 puff the magic dragon(피터 폴 앤 메리가 부른)를 열창하여 꼬마들과 학부형들에게 칭찬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p531에서는 구태여 "미스터 빅의" <와일드 월드>를 불렀다고 하는데, 저 앞에 p163을 보면 캣 스티븐스의 <와일드 월드>를 불렀다면서 원곡자를 정확히 댑니다. 이 노래는 아마 한국인들이라면 미스터 빅의 리메이크가 더 친숙하겠습니다. 에이프릴이 워낙 자기 삶이 힘들다 보니 저 노래를 절절하게 불렀을 겁니다(p378에 보면 이타카를 뜬 후 에이프릴이 "나는 내내 나이 든 남자를 잡으려 노력했다"고 하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p561에서는 완전 옛날 노래인 <Cheek to cheek>을 에단이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설 초반에 매티(이 역시도 줄인 이름)가 에이프릴에게 내내 에이프라고 불러서 짜증내는 장면이 있는데(ape는 유인원이라는 뜻도 됨), p499에 보면 "왜 밥이나 롭이라고 줄여 부르지 않고 꼬박꼬박 로버트라고 부르는지"를 궁금해해서 내로남불이다 싶었습니다(?). 심지어 p558에서는 로버트에게 직접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여튼 로버트 리어덴(p597) 씨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에이프릴은 그녀를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의 얼굴, 특히 입매를 잘 기억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p277에서는 애덤이 그 특유의 "이를 다 드러내고 웃는 모습"을 언급하며, p171에서 보디가 웃을 때 "윗입술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합니다. p404에서는 "멋들어진 치아", p410에서는 "입술이 비뚤어지는 매튜표 미소"를 지적하는데 이때 매티, 아니 매튜 스팬서는 로컬 슈퍼스타가 되어 있습니다. p620에서 매티 엄마인 스펜서 부인을 욕하는 마고 아줌마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에이프릴은 옷, 자신이나 상대방이 입던 특정 상황의 특정 옷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p155, p324의 플란넬 옷, p411의 네이비블루 코튼 터틀넥 스웨터, p395의 보푸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다려진 스웨터(매튜의 성공, 어엿한 성인으로의 성장을 상징합니다),  p354에서 로즈메리가 입은 "커다란 회색 스웨터"도 그렇고, p597의 "아주 쿨한 레트로 티셔츠"에 이르면 이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결론에까지 이릅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예전이나 1990년대나 여성의 삶이란 진정 고단함의 연속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