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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수학 좀 대신해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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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7.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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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수학 좀 대신 해 줬으면!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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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대체로 수학이며 아마도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문이과가 갈리는 게 보통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어려운 수학만 누가 좀 대신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며, 사실은 이미, 예전에 사람이 하던 분야를 컴퓨터가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핵심 분야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겠으며, 만약 이게 현실이 된다면 인간의 지능, 지성,창의성에 대해서는 아마 재정의가 이뤄져야 할 듯합니다.

책 p52에 나오듯 나폴레옹은 수학을 매우 잘했다고 하며 나폴레옹의 병과가 원래 포병이었습니다. 정확한 포탄 발사를 위해서는 삼각함수, 다차방정식 등에 소양이 깊어야 했겠으며 이런 자질이 부족했더라면 나폴레옹은 이름 없는 군 장교로 혁명의 혼란 와중에 스러졌을 것입니다. 날아가는 돌이 계속 날아가는 이유에 대해 오늘날 우리들은 정확한 고전 물리의 설명을 배워서 알지만 예전 사람들은 매질의 힘, 임페투스 등 다양한 설명을 시도했습니다. 사실 이것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잘못된 설명들은 아닙니다. 지금 이뤄지는 설명이 체계적으로 더 완전하다는 것뿐이며, 설명이 비교적 완전해진 건 책에 나오듯이 갈릴레오나 뉴턴 등에 이르러서입니다.


p55의 선형계획법은 지금도 고1 정도의 수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입니다(아이들은 아마 그게 선형계획법이란 이름인 줄 모르겠지만). 3년 전쯤에 심아진 작가님 소설(책좋사에서 당첨)을 읽었는데 그 소설 중에도 이 기법이 잠시 나와서 제가 리뷰 속( https://m.blog.naver.com/gloria045/222138741234 )에 언급한 적 있었습니다. 1947년까지 무려 군사기밀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들한테 교실에서 알려 주질 못해 안달이라니 아이러니입니다. 모든 걸 시뮬레이션해서 전쟁을 대비하는 상황을 작가께서 말씀하시는데 일단 그 이전에 주식시장에 적용해서 모든 종목의 최적가를 알아내고 부자가 되는 게 먼저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단계까지 만약 갈 수 있다면 그 역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 상상력이 더 먼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듯합니다.

p70에 폰 노이만이 무한급수 푸는 법이 나오는데 독자인 저도 이 이야기를 참고서 같은 데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것 같은 게, 폰 노이만은 그저 계산 실력만 뛰어났던 게 아니라 사물을 직관하는 능력도 보통 사람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두 대가 만나는 시간만 구하면 된다는 생각도 아마 폰 노이만이 훨씬 빨리 해 낼 것입니다. 사실 무한급수로 푼다 해도 이미 공식이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일반인도 몇 초 안 걸려 해결합니다. 우리가 수학의 천재들에게 빚 진 바가 그만큼 큽니다.  


정말로 수학을 잘할 사람도 어렸을 때의 사소한 좌절 때문에 재능을 꽃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 줘야 하는데, p77에서 저자는 세상 뛰어난 천재도 사소한 실수를 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북돋우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십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공연한 자책이나 자기비하보다는 마음을 긍정으로 채우는 습관을 통해 숨은 잠재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수학의 중명이란, 논리로써 완전히 이뤄져야지, 컴퓨터를 통해 일일이 계산하여 어떤 결과를 보인다면 그런 것도 증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논의가 분분하지만 그 역시도 증명은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결과를 통해 어떤 다른 암시, 가르침을 받기가 옹색하다는 것, 덜 통쾌하다(?)는 것 정도이지요. 책 p104에는 켈러 추측, 특히 7차원일 경우 해결하는 (모서리가 완전히 겹쳐야만 하는지 여부 판정) 과정이 나오는데 이 역시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이들 교재에 자주 나오는 4색 정리 문제도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옵니다. 확실히 작가님이 같은 테마라도 일반인 눈높이에 맞게 호기심을 북돋우며 설명을 더 잘해 주시는 듯합니다. 


p132를 보면 사람이 만든 난수보다 컴퓨터가 만든 난수가 "진짜"이므로 창의성도 컴퓨터가 뛰어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이슈가 나오는데 저는 그렇게는 생각지 않습니다. 난수의 경우는 그 복잡성에 가치가 달려 있으므로, 계산 과정을 통해 복잡성을 다양하게 만드는 컴퓨터가 (계산 능력에서) 유리한 것이지, 그게 창의성으로 자동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그런 걸 손으로 해냈으면 그건 창의력의 징표가 맞겠습니다만.

아이들이 게임 하는 걸 무작정 나무랄 게 아니라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처럼, 같은 개념도 게임을 통해 배우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우며 그 결과가 더 창의적인 게 나올지 모릅니다. 저자는 (p138) 어렸을 때 게임을 만들면서 좌표 개념을 익혔는데 사실 이 좌표(coordinate)라는 게 수학뿐 아니라 물리, 지구과학 등 얼마나 넓은 분야에 핵심적인 길잡이로 쓰이는지 모릅니다. 뭐가 중요하다 아니다는 본인이 시행 착오를 통해 직접 익혀 봐야 그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려서건 태중에서건 무조건 음악을 듣게 해서 정서 함양에도 도움을 주고 지능 발달도 꾀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고전 명곡은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가라앉히고 정신의 조화로운 파장 형성을 분명히 돕습니다. 안 겪어 본 사람은 절대 모르죠. p226을 보면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는데 이런 것만 봐도 무슨무슨 연구라는 걸 무조건 맹신할 게 절대 아닙니다.  


사실 인간도 언어가 다르면 처음에 소통이 안 되지만, 대신 수학의 용어로 진리를 공유하며 친해질 수 있습니다. 강희제도 아담 샬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고 그렇게나 좋아했다는데 그 머리 좋은 사람이 지성의 신세계를 발견하고 느낀 감격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저자는 외계의 지성과 소통하는 언어도 아마 수학일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미래의 우주 개척을 위해서라도(?) 어린 세대에게 올바른 수학을 잘 가르쳐야 할 듯합니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당장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