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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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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7.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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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임프리마투르>를 보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한 도시에 창궐한 전염병을 일거에 치유하는 스토리가 나옵니다. 비록 과장된 소설적 설정이라고는 하나 그만큼 음악이 우리 정신의 조화로운 작동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힘들어진 마음을 달래는 데 대중음악이건 고전이건 반드시 곁에 두고 수시로 활용하며, 음악이 없는 삭막한 생활이란 이미 문명이 아닌 야만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기쁠 때에만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어이가 없을 때에도 이른바 헛웃음이라는 게  나오곤 하는데, 저자는 이런 상반된 두 반응(웃음과 울음)을 동종이형의 일종이라고 파악합니다. dimorphous는본래 같은 종(種)의 암컷과 수컷이 서로 다른 모양새를 띠는 걸 가리키는데, 금메달을 딴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는 건 슬픔이 아니라 정반대로 벅찬 기쁨의 표현이라고 합니다(p49). 저자는 쉬운 말로 이를 "청개구리 감정"이라고 설명하는데,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설명이 더욱 재미있습니다.

잔인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체는 어떤 특정한 (편안한) 감정에 마냥 지배될 수 없습니다. 자신이 낳은 새끼가 귀엽지만,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표독스럽게 외부의 적과 어미는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양가 감정은 동시에 발현되는 수가 많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생체라는 게 항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감정의 불균형한 발산, 흐름은 역시 생존에 저해될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독자로서 특히 이 부분 설명이 너무 좋았고,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이 설명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감정이 어떤 구조를 지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음악을 이용해서 이를 달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조성모의 과거 히트곡이라든가, 영어의 eat you up 같은 표현을 예로 드는데 1980년대 일본 히트곡 <Eat you up>이라는 게 있었고 몇 년 전에 한국의 여성 희극인 다섯 명이 이걸 번안해서 대중에게 다시 알렸죠. 아무튼 별것 아니어 보이는 말의 표현, 무심결에 노출되는 내 감정 속에 그런 기제가 작동하는지는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몇 년 전부터 "결정장애"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사실 그까짓게 무슨 장애까지나 되나 싶어도 이게 은근 큰 스트레스입니다. 책 p31 이하를 보면 질문에는 폐쇄형이 있고 이분형이 있는데, 이분형은 얼핏 보아 대답하는 이에게 자율이 크게 보장된 듯하지만 사실은 폐쇄형의 일종일 뿐이라고 저자는 날카롭게 짚습니다. 이 주제를 꺼내게 된 건 걸그룹 트와이스의 히트곡 <Yes or yes> 때문인데, 사실 yes or no라고 해도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가 따르는 걸, 아예 선택지를 yes 한 가지로만 제시했으니 상대방에게는 무슨 선택의 여지라는 게 없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연애를 잘 이끌어나가는 데에도 질문하는 이의 스킬이, 상대방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구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109 이하에는 맥거크 효과라는 게 설명됩니다. 사람은 시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와 청각 정보가 서로 모순될 때 시각을 우선시하거나 제3의 결론을 도출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이유는 기대치라는 게 때로 감각을 왜곡하기 때문인데, 저자는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에서 아무리 열심히 입 모양을 정확히 만들어도 결국 듣는 이가 제 멋대로 결론을 내는 게 다 이 효과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을 하려면 귀에다 대고 조곤조곤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는 것인데 설명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Love hurts>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습니다. 예전에 TV 시리즈 <스칼렛>(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편의 극화)에서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는데(노래 발표 시점은 훨씬 오래됨), 말 그대로 사랑은 (본질적으로) 으픈 것이라는 점을 절절하게 노래합니다. 팬크세프 교수는, 인간이 예를 들어 살갗이 찢기는 물리적 고통과, 실연 등에서 유래한 심리적 고통을 잘 구별하지 못하며(관장 부위, 기제가 같음), 따라서 심리적 고통을 달래는 데에도 모르핀 등을 적용하는 게 효과를 본다고 발표했습니다(p125). "엄마 손은 약손" 역시 이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후... 데이비드 흄 같은 철학자조차 "이성은 정념의 노예(p223)"라고 했으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대체 애정사의 다양한 고비에서 오는 이런저런 감정적 격동을 대체 어떻게 다스리겠습니까. 사람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알고리즘에 의한 게 있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완벽한(합리적인)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대충 해 보다가 개중에 나은 걸 고르는 방법을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후자에 의한 게 (합리모형에 대비되는) 만족모형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네가 종종 의지하는 감정 휴리스틱의 경우, 무엇인가에 결부된 좋은 느낌, 희망적인 인상 등이, 이런저런 접촉을 통해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입니다. 그 가장 좋은 매개체가 음악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책에는 매 챕터마다 QR코드 하나씩이 실려서 주제에 맞게 힐링되는 좋은 곡 하나씩이 권장됩니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예쁜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