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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사피엔스와 변화하는 세상의 질서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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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에도 비트코인 열풍이 불어 큰 돈을 한번에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화폐라는 건 원래 그것을 발행하는 주체에게 대중, 시장의 신뢰가 확고하게 부여되어야만 그것이 화폐로서 제 기능을 해 낼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지금까지는 한 나라 안에서라면 중앙정부, 세계적으로는 초강대국이 수행했었습니다.
암호화한 어떤 디지털 부호, 총발행량이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되고 규칙 위반자가 함부로 복제할 수 없으리라는 보장이 있는 데이터가 이 화폐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이런 기대가 널리 퍼지는 바람에 몇몇 보유자들이 횡재를 했는데, 그 작동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저자 박종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소속)는 이 암호화 기술에 기대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듯한 경제 구조의 개편 트렌드를 전망하며, 아울러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은 어떻게 진화할지를 치밀하게 서술합니다.
세계의 개인용 컴퓨터, 혹은 기업이나 기관용 서버는 대체로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운영체제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 OS는 폐쇄형이며 개발자들을 위해 일부만 공개되어 외부 응용 프로그램의 탈부착을 돕는 정도입니다. 애플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도 기본적으로는 비공개입니다. 그러나 책 p30에도 잘 나와 있듯 블록체인은 오픈소프트웨어 시스템이며, 누가 그 관리와 개편 등을 독점적으로 (중앙에서) 관장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p33을 보면 포크(fork)라는 중요한 개념이 각주와 함께 언급되는데, 이런 중요한 변화조차도 유저들간의 합의에 의해 단행할 수 있을 정도이니(그러고도 화폐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이니) 탈중앙화가 어떤 함의까지를 지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특정 자산의 위험을 다른 자산에 헤징(hedging)하는 방식도, 블록체인에 의하면 더 간편하고 기계적 실행이 더 잘 보장되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공학적으로 기발한 거래 형테가 개발되어도, 이를 거래 현장에서 당사자들이 반드시 이행을 하게 만들 장치는 별도로 필요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이걸 가능하게 만듭니다. 책에서는 현재 신뢰도 높은 제3자가 개입하는 에스크로 방식보다 훨씬 개선된 절차로 쌍방 의무 이행을 담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서술합니다.
저자가 변호사이시다 보니, 부동산등기에도 이 블록체인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십니다. 이 기법이 적용되면, 멸실등기라든가 경정등기 같은 절차는 혁신적으로 바뀌겠으며, 이전등기나 부기등기도 그 진정성이 한층 제고될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부동산 등기의 엄정성과 전산화 정도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마 공신의 원칙에도 근본적인 수정이 가해지겠지요(한국에는 적용이 없는 법원칙이긴 하나).
디지털 혁명의 절정은 아마도 모든 자산의 토큰(token)화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자산의 증권화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 여겼으나, 이는 위변조의 위험이 존재하고 인적 항변을 완전히 절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미 비잔티움 장군의 문제에 대한 수학적 증명이 끝났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통한 자산의 토큰화는 별 기술적 문제가 없으리라 여겨지며 그야말로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디지털 표식으로, 중복 발행이나 가짜의 출현 걱정 없이 원활한 거래라는 꿈 같은 상황이 머지않아 도래할 듯합니다. 위조블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책 p97 이하의 논의를 참조하십시오.
세계 대부분을 정복하다시피했던 원 제국이 무너진 건 군사적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교초의 남발로 인한 경제의 교란 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아무 원칙 없이 지폐를 마구 발행하면, 이는 악의적 반사회분자가 위폐를 배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투명한 절차와 준칙을 통해 달러화을 발행 유통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일 뿐 아니겠습니까. 책 p104 이하를 보면, 이제 화폐의 발행과 유통 분야에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탈중앙화가 실현되는지 잘 설명됩니다. 이는 소수 엘리트의 선의에만 의지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화폐의 건전한 운용이 담보되는 것이라서 특히 주목됩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스마트컨트랙트 솔루션을 개발하여 보급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이 시연되는 걸 봤었는데, 계약서 작성에서 대금 지급과 물품 인도까지의 과정이 기계적으로 정확히 이뤄지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p172 이하에서는 슬록잇 社의 상품이 예시로 소개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변호사이시다 보니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예상하여 그 장점과 함께 설명해 주는 점이 좋았네요.
앞에서 토큰을 설명할 때 벌써 떠올린 독자들이 많겠는데 최근 핫했던 게 NFT, 즉 non-fungible token이었습니다. 이는 특히 이재용 삼성회장과 그 모친 홍라희씨의 불교 사찰 방문을 통해 유명해졌는데, 잘만 활용되면 도난이나 위조 등의 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본격 적용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겨졌는지 현재는 가격이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SBT 등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STO는 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입니다. 말이 offering으로 끝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기업으로 치면 IPO 비슷한 것이고, 코인의 ICO와도 닮았습니다. p218 이하에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이슈 관련해서 여태까지 많은 IT 전문가분들이 쓴 책들을 읽었지만 뭔가 명쾌하질 않았는데, 이 분야 정통하신 변호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의문점들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듯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증권거래법, 자본시장법 하면 임재연 변호사님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데 그분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