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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s & Dragons Art & Arcana: a visu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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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8. 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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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앤 드래곤 아트북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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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드래곤은 적어도 한국에선 가장 널리 알려지고 플레이되는 RPG 게임이겠으며 던전이라는 말 자체가 이 게임 덕에 무슨 뜻인지 인지도가 생겼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서양에서는 온라인 게임 포맷 개발 훨씬 이전부터 오프라인(당연하지만)에서 여러 명이 참가하는 형태로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는데, <우주 전쟁>, <타임 머신> 등으로 유명한 H G 웰즈가 1910년에 게임 룰 북 한 권을 발간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석 인형(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 등도 이를 모티브로 삼았죠)으로 고작 구현하던 게 디오라마였던 것이 그 룰북을 통해 비로소 역동적인 게임이 가능해졌다는 게 지금 이 책에 나오는 서술입니다.

이 대목을 서술하는 문단 제목이 "자그마한 전쟁 커다란 발상"인데 웰즈의 그 룰 북 이름이 <리틀 워즈>라서입니다. 웰즈 본인은 당시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었을지 모르지만 그 룰 북 발간이 나비효과처럼 보드게임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고, 중세 전쟁을 소재로 삼은 놀이 문화 자체에 새로운 영감을 주어 오늘날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던전앤드래곤이라는 뜻도 됩니다.


p10에 인용된 배우 피터 쿠싱(이 책의 표기를 따릅니다)이 말한 대로, 일상과 직업에서 유래한 온갖 스트레스가 게임(종류 불문)을 하다 보면 눈 녹듯이 풀리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 피터 쿠싱은 초기 프랑켄슈타인 박사(괴물 말고)라든가 드라큘라 스토리에서 반 헬싱 박사 역을 맡았던 이지적 이미지의 영국 원로 배우였습니다.


크래센트 앤 크로스(p13)라... 음, 게임을 실제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십자군 전투가 또 게임 핵심 배경, 활동으로서 빠질 수가 없고 크레센트는 이슬람 측 상징인 초승달을 의미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한번 취미 활동에 몰입하다 보면 아주 정신을 못 차릴 지경까지 가던데, 보드게임류가 나오기 전에도 미니어처 제작, 복장이나 전투상 고증 등에 있어 이미 아주 이른 시기부터 그들은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던전앤드래곤 게임(물론 컴퓨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의 연원이 전쟁의 무해한 놀이 재현이라는 그들의 오랜 전통에 이처럼 한 가닥을 대고 있었음도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재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모든 사업, 아이디어의 상품화라는 건 일종의 모험입니다. p81을 보면 1978년에 TSR社(현재는 다른 회사에 합병됨)에서 모험 모듈, 그의 확장인 기본 세트 등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 팔기 시작했다고 기록이 나옵니다. p80을 보면 당시의 광고 포스터가 나오는데 이 TSR社에서 게임, 잡지, 룰북 등을 모두 생산, 유통했음을 알 수 있네요.

p99를 보면 당시 이 게임의 신드롬을 두고 "기이한 두뇌 게임", 심지어 "사이비 종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 몰입하던 어떤 학생이 터널에서 실종된 사건 때문이었는데(당시 신문 기사 스크랩이 책에 나옵니다), 알고 보니 그저 개인 사정 때문의 도피였습니다. 여튼 게임은 이 해프닝 때문에 더 큰 유명세를 탔습니다.


p235를 보면 1990년대 들어 더 이상은 기존의 룰북이나 상품 세트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데 그간 이용자가 엄청나게 불어나 전술도 새로 착상되고 스토리도 기하급수적으로 붙었기 때문입니다. 룰북도 기본 세트와 전문가 세트로 분리되었다고 하며, 아예 관련백과사전까지 나왔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훨씬 넓어지면서 이제 진정한 RPG로 거듭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TSR社가 결국 다른 곳에 합병되었다고 했는데 아니 던전앤드래곤만 갖고도 백 년을 먹고살아야 마땅한데 왜 그렇게 되었을지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책 p279에 어느 정도 그 해명이 될 수 있는 사연이 나옵니다. 책에서는 개발자 측에 동정적인 톤으로 설명하지만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TSR이 너무 덕후들의 모임이었을 뿐 경영마인드가 부족했던 게 컸지 싶네요. 그당시 위저드오브더코스트가 경쟁사로서 유저들을 자사 게임에 더 성공적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던전앤드래곤까지 먹었습니다. 마치 지금 엔터사 하이브가 한때 감히 넘볼 수도 없었던 에스엠을 삼키듯이 말이죠.


서평을 이렇게 쓰니 마치 이 책이 게임 연혁서 같아 보이지만 이 책읔 엄연히 아트븍이고, 룰북이고, 표지에 나오듯 아케이너(arcana)이며 백과사전입니다. 하긴 분량이 400쪽을 넘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막상 펼쳐 보니 텍스트마저도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트북도 이런 아트북이 없을 만큼 그래픽의 향연이므로 디앤디 팬들은 망설임 없이 구매하셔도 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