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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향기로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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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9. 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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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향기로운 날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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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께서는 사람을 살리는 의료인, 즉 간호사 일을 하시다 플로리스트로 전직한 분입니다. 사람의 건강을 돌보는 직분이나, 식물이 그 꽃을 아름답게 피우기를 돕는 직분이나, 어찌보면 서로 크게 닮은 데가 있습니다. 한 인생에서 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 본 분이라야 이 상황의 묘미와 고충을 정확히 논할 수 있으실 텐데, 이 책이 과연 그러했습니다. 문장마다 깨달음의 흔적이 흘렀고, 곳곳에 삽입된 사진도 산뜻하고 청정한 저자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 듯했습니다. 


나리의 경제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영업 폐업 퇴출이 일상처럼 되었습니다. 한번 성의껏 차린 가게가 내내 번창하여 고객과 사장님이 알콩달콩 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힘듭니다. 그러나 저자께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깊이가 있고 감성을 지닌 꽃집을 오래 하고 싶다(p44)."고 하십니다. 모든 가게에는 무릇 자신만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며, 샵에는 사장님만의 철학과 소신, 인간적인 향취가 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동네, 어느 거리라도 이처럼 사연이 자리한 샵이 있어야 개성과 품격이 형성될 수 있지요.


저자께서는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사람은 이런 극한의 고통을 겪고서야 비로소 신에 대해 깊이 있게 사색하게 되며, 종교에 귀의할 마음도 먹습니다. "이 고통 속에서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p75)" 아무리 기도를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해도 "슬픔의 늪에서 나를 건져올릴 수 없었다"고 저자는 솔직히 고백합니다. 인간의 아픔이란 아무리 작은 한 길짜리 속에서 생성되었다 해도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으며,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때로 세계 전체를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더욱 그러합니다. 


p90을 보면 저자께서 문호 톨스토이가 지은 단편 중 하나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평해 놓으신 대목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리가 불편한 애들도 있고 대체로 가난하지만, 정성스러운 부모의 돌봄을 받고 무척 행복하게 자라납니다. 과연 친부모가 죽은 후 누가 저 불쌍한 아이들을 돌볼까 생각했었으나, 지금 만나니 그간 아이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대한 힘이 작용이라도 했는지 저처럼이나 잘 크고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작품 속에서 내린 답은 그러했습니다. 예수도 까마귀를 가리켜 심지도 거두지도 않지만 하나님께서 알아서 기르신다고 했습니다(누 12:24). 


저자는 p122에서 전문가의 식견으로, 식물이 꽃을 제대로 피우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거명하십니다. 이 네 가지 조건은 자연이 제공하는 토양, 빛, 바람, 물이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논한 4원소와도 비슷합니다(정확하게는 불이 빛 대신에 들어가지만). 그런데 저자께서는 이에 다섯번째 요소가 더 가해져야만 식물이 아름답게 자랄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기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기르시며 어언 결혼 50주년을 맞은 노부부의 마음(p128)이 이를테면 가장 모범적인 예 아니겠습니까.


p168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꽃들의 꽃말이 나옵니다. 흔히 접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이 페이지에 소개된 꽃들이야말로 우리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꽃들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죠. 그 꽃들에 부여된 꽃말들도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가치를 대변합니다. 저자께서 운영하시는 사랑꽃농원의 상징 같은 하트 구조물(p174l에도 그런 소중한 가치와 사람들의 추억이 배어 있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이런 의연한 다짐(p193)으로 굳세게 일어서는 저자님의 다짐을 들으며 우리들도 인생에서 어떤 시련이 닥쳐도 저 들꽃처럼 다시 피어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