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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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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9. 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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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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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지금 시점에서 아득한 예전처럼 느껴지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종교인, 철학자입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 소속 종교를 떠나서도, 그의 글들은 안온하게,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삶의 온갖 신산과 곡절을 모두 달관하고 평정의 마음으로 관조하는 현자(賢者)의 경지가 느껴지는 명문들입니다. 40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널리 읽히는 글과 가르침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완전함이란 하나의 속성이 맞을까요 아닐까요? 중세 전체를 뒤흔들었던 논쟁의 핵심 주제이며 경과에 따라 종교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이슈였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 그라시안의 시대에 이르러서도 이 문제가 해결이 날 리 만무했으나 p12에서 그라시안은 이 완전함을, 인간 기량의 문제로 현명하게 치환합니다. 신의 문제를 유한한 인간이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우리들의 인격을 닦고 현실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이 문제를 적용하는 게 더 실용적인 방안 아니겠는가? 아마도 이런 생각에서 그라시안은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허물을 고치자는 제안을 합니다. 종교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라시안은 이솝 우화,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까지 인용해 가며 독자를 점잖게 설득합니다.


위대한 인물은 그 위대함 때문에 오히려 사소한 결점이 있어도 그것이 유독 도도라져 보일 수 있다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그라시안은 아마도 당대 유력 정치인(왕이나 귀족)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 말(p61)을 했겠는데, 변덕, 이 변덕이라는 게 다른 사람을 유독 짜증나게 하며, 마치 뱃멀미처럼, 그 사람과 뜻을 같이하려던 이들을 어질어질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너무 신중하다 보니 저렇게 자주 변덕을 부리는 것 아닐까? 그라시안은 단호하게 부인합니다. 신중한 사람은 반대로, 일관성 있게 매사에 임라지 결코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이성(理性)에 충실한 인간일수록 변덕이란 속성을 경멸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는 당대 모 정치인의 실정을 애써 옹호하던 이들에게, 그 퇴로까지 차단하며 준엄하게, 그러나 품위 있게 반박하는 그라시안의 논변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p77 이하에는 후안 프란시스코 안드레스 박사, 역주에 의하면 그라시안의 벗이자 당대 시인, 역사학자였던 이가 그라시안과 대담을 나누는 내용이 나옵니다. 거인은 항상 동류인 거인들과 교제한다고, 안드레스 박사의 공력 역시 그라시안과의 대거리에서 한 치 빈틈을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진실은 항상 그 절반만 전해지기 마련입니다.(박사)", "그렇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그 전체를 알아 보곤 하죠.(그라시안)" 이 두 거인의 대화에서도 역시, 그 참뜻을 눈 밝은 독자라면 알아보고, 평범한 독자들은 그 가장 표피적인 의미새김에 그치고 마는 법입니다. 진리를 깨닫는 경지란, 도달하기에 그만큼이나 피 나는 수련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외관은 화사하나 뒷면이 초라한 건(p116) 안타깝게도 여느 건축물에서나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그라시안은 이 이치를 정치인들에게 적용하여, 로마 시대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역주에서 그리 말합니다)처럼 그 시작이 화려하고 끝이 비참할 수도 있었던 위험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역주에 의하면, 그라시안의 평가가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전성기에는 그 아그노멘이 무색하지 않게 위엄과 재능으로 만인을 굴복시켰고, 이후에는 놀라울 만큼 신중함을 발휘했으니 그저 타고난 신분상의 유리함이나 행운만으로 그런 성공을 거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그도 더 강한 자를 만나 결국 파멸하니 인생 경영의 난도가 이만큼이나 높습니다.


디오게네스는 과장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인간이 아니다(p151)."라고 했습니다. 공자도 논어 위령공편에서 소인은 궁지에 몰리면 함부로 행동한다고 했고, 예수도 요란하게 남 보란 듯 회개하는 위선자들을 가리켜 회칠한 무덤이라고 꾸짖었습니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의 후원자였던 이노호사 후작에 대해 그 인품을 찬양하며, "말은 신중하게, 행동은 품위 있게, 습관은 점잖게, 행동은 영웅답게(p157)." 이것이 그라시안이 내린 군자 처세의 원칙 그 결론입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행복한 사람, 마음이 거울처럼 맑은 이들의 공통점이 이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