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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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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 곧 종교적 경건성을 뜻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현실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밀한 계산을 행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아무 상관없는 저 먼 피안을 응시하기 위해 여러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성찰에 잠기기도 합니다. 대체로 후자를 영혼(soul)의 기능이라 부르며, 전자는 정신(mind)의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께서는 일단 영적(spiritual)인 성질을, 육적(fleshly), 세속적(worldly) 등의 개념과 대비시킵니다. 후자는 대개 기독교계에서 신의 뜻에 반하는 범주로 이해하는 단어들입니다. 저자는 현대 영어 화자일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저 "영적(spiritual)"이라는 말은 피지컬이나 바디 관련어의 반댓말이 아니라고 특별히 강조까지 하십니다. 그도그럴것이, 현대인 중 영미인들이라면 대뜸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할 것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우리들처럼, 외국인(저들이 볼 때)으로서 책으로(?) 영어를 배운 이들이, 같은 단어의 고전적 개념에 더 밝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영성이란, 지난 천 수 백 년 간 그렇게 생각되었고 이는 기독교계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이슬람교, 불교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처럼 비교종교학적 어프로치로 이 "영성"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저자의 태도 덕분에 독자는 훨씬 쉽게, 이 어려운 주제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현대에 들어서 "영성"이라 함은, 정신적인 체험과 정화를 중시하긴 하나, "자신을 종교적이라고 지칭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쓴다고 저자는 콕 집어서 말씀하십니다(p18). 여기서부터 이 책의 진짜 논의가 그 출발점을 마련합니다(종교성과 영성의 구분).
그러니 예컨대 고 이어령 박사 같은 분이 자신의 책에서 쓰던 맥락과는 크게 다르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 책의 이런 관점은 현재 미국, 유럽의 언어 현실,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관찰한 후 저술되었다는 이유도 있으며, 또 엄밀하게 따지자면 "영성"과 "spirituality"가 완전한 일치 관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아직도 우리 나라에서 "영성"이라고 하면 종교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고요).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예컨대 p51 같은 곳에서 "세속적 영성"이란, 얼핏 들어 형용모순(contradictio in abjecto)인 개념도 엄연히 현실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단어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슬람은 엄격한 율법을 강조하고 일상 속에서의 규칙을 일일이 실천하는 종교라서 신비주의가 끼어들 틈이 사실은 부족해야 합니다(객관적 관념론인 유교에 신비주의가 전무한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그런데도 주류와는 별개로 수피즘이란 교파가 시시때때로 큰 세를 떨쳤으며 세계사 관련 서적들에도 뚜렷이, 자세히 언급될 정도로 그 비중이 큽니다. 명상을 통해 신적인 것에 오롯이 집중하고 황홀경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면 저것이야말로 종교의 본령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광신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느 종교라도 이런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p108에서는 이슬람의 데르비시 교단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실 탁발과 신비주의가 항상 함께 가는 게 아닌데 이 교파에서는 사정이 그러합니다. 특히 이 교파가 페르시아에서 유래했기에 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란 피가 섞인 일본인 야구선수 다르빗슈의 성씨도 이와 관련이 있죠. 이어 이냐시오(이그나티우스) 영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물론 예수회 창시자 이그나티우스 로욜라의 사상이 그 핵심입니다.
현대에 들어 새로운 의미의 영성이 두드러지게 된 건 탈근대성의 대두와도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더 이상 이성과 합리적 추론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현상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 보니 이런 정신적인, 영적인, 그러면서도 비 종교적인 출구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 영성이 검소함을 강조하다 보니 경제학과도 접점을 마련하는데 그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p138)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영성이 종교의 진화된 형태라며 확실한 구별점, 나아가 결별점을 마련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과격한 주장에는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현대인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정신적 갈증은, 언제나 그랬듯이 난관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