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1482402624
운동의 뇌과학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쿠베르탱 남작은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일단 마음이 편할 수 없고, 정서적 안정도 도모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20세기 들어서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두뇌가 신체 말단 부위까지 신경을 통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몸의 불편이 머리에까지 이어지고, 반대로 몸의 건강 개선이 머리로까지 좋은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정서적 안정에까지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책은 미국의 뇌과학자인 제니퍼 헤이스 박사가,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는 실제 과정을 생생히 담아낸 기록이기도 해서 특히나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원래 강박장애가 있었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우울증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런 지독한 정신적 고통을 깨끗하게 극복해 낸 방법은, 처음에는 자전거타기였고, 나중에는 철인 3종 경기였습니다. 운동에는 그리 익숙한 분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자전거 타기로 시작했고, 이게 효과를 보니까 나중에는 강도를 점차 높여 마침내 완전한 정신적 건강을 찾은 것입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연은 드물지 않지만, 당사자 본인이 뇌과학자이다 보니 각 단계의 세부적 진전을 학문적으로 일일히 규명하는 게 가능했고 이 책의 특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록이 자세하다 보니,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이들이 책을 읽고 (여건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어렸을 때 과체중, 섭식 장애까지 겪은 분이라서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다고 하니 이를 참고할 수 있을 분들이 많겠습니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철인 3종이라니 그거 아무나 따라할 수 있겠어?")을 읽었는지, 첫 장(chapter)에서부터 자신에게 딱 알맞은 운동 강도를 찾는 방법부터 가르칩니다(p36). "왜 우리는 매번 작심삼일, 실패만 거듭할까?" 답은, 처음에 너무 의욕만 앞서 지나치게 양과 강도를 높이다 지레 지쳐서입니다. 과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저자가 전문가이시다 보니 "알로스타시스 부하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합니다. allo-는 "종전과 다른", stasis는 상태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몸이 어떤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진입할 때 미리 준비 상태를 거치는 걸 말합니다. 운동을 처음부터 과하게 하는 건, 이 알로스타시스를 과하게 "땡겨 쓰는" 결과를 낳게 한다는 거죠.
아프다는 감정을 느끼는 기제도 이미 뇌과학에 의해 많이 해명되어 있습니다. p72를 보면 통증의 감정 중추라는 게 크게 세 종류의 뇌 영역으로 되어 있다고 나오는데, 섬엽, 편도체, 배측전방대상피질(dACC)의 세 가지입니다. 이 세번째 것이, 앞의 둘이 보인 반응을 종합하여 어떤 통증이 과연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dACC는 이 책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용어이므로 독서 초입에 아예 확실히 그 뜻을 알아 두는 편이 낫겠습니다.
왜 우리는 쇠몽둥이로 맞을 때나, 남에게 심한 모욕을 당할 때나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걸까요? 쇠몽둥이로 맞을 때라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큼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동네 꼬마한테 욕을 먹었을 때라면 웃어 넘길 것을, 상사한테 깨지고 나면 세상 살 맛이 안 날 만큼 마음의 상처를 입고 회사를 관두니마니 하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하는 건 사실 불합리한 반응입니다. 불합리할 수밖에 없는 게, 앞에서 본 저 dACC가 제멋대로, 쇠몽둥이 타격과 상사의 모욕을, 서로 같은 아픔이라고 (잘못) 평가해서입니다. 통증신경망의 dACC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스위치를 꺼 두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은 우울증을 겪을 때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합니다. 약물치료를 무조건 배척할 일이야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내성도 생기고, 어떤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약이 잘 안 듣습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미주신경을 비롯 면역체계의 곳곳에 염증이 발생하면 우울증 등 여러 탈이 나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이한 건, 저자는 그렇게나 오랫동안 우울증 때문에 고생했으면서도 항우울제를 전혀 복용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저자의 학문적 소신 판단의 결론이며, 또 개인차가 있겠으므로 절대적인 지침까지는 아니겠습니다. p105에서 저자도 꼭 운동이 만능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왠지 약물보다는 운동에 의해 병을 이겼다는 체험담이 뭔가 더 흐뭇하고 따라해 보고 싶어지는 게 보통일 것입니다.
3장까지의 내용 중 환자들이 바로 따라해 보거나 참고할 만한 포인트는 p116~p118에 표 등으로 잘 요약되었습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 대목만 봐도 도움을 많이 받을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매 장 끝마다 핵심 내용이 요약되었기 때문에 폰에 찍어 두고 수시로 참조하거나 인쇄해서 벽에 붙여 두거나 할 수 있겠습니다.
운동은 함께 실행할 때 두려움이나 낯선 감정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뜻 운동이 안 내키거나 하는 사람은 운동 친구를 만들거나 지인을 동참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모든 중독(흡연, 술 등)은 뇌가 그 중독에 길이 들어서인데, 어떤 중독이건 간에 운동을 통해 고쳐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특히 p147에 나오는 뇌신경 바로잡기 운동 목록과 권장량이 유익한 듯했습니다.
잠은 무척 중요한 활동입니다. 잠이 충분해야 뇌가 활발하게 작동하며, 특히 저자처럼 과거에 과체중 때문에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이들의 경우 부족한 잠은 반드시 다이어트에 방해를 끼칩니다. p203 이하에 나오는 크로노타입에 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고,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p212 이하에 나오는 수면의 종류에 대한 정보와 그에 따른 트레이닝 방법 설명은 여태 저 개인적으로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깔끔한 서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한창 힘차게 뛰놀 때입니다. 걱정할 게 전혀 없고 그 나이에는 원래 정신없이 뛰놀아야 정상입니다. p235 이하에는 20세기 후반 NHL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던 웨인 그레츠키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드 하키 수업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뛰놀고 싶은 욕구도 다 채워 주고, 집중력과 창의력도 동시에 키워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운동은 이처럼 뇌의 균형 있는 발전도 기하고, 과체중이나 우울증 등 건강 문제도 미연에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 이래 몸과 정신이 별개라는 이원론이 그간 건강에 대해서 심각한 오해를 초래했고 이제 발전한 뇌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바로잡을 때입니다. 운동은 몸과 뇌와 마음에 두루 좋은데 이는 저 셋이 본래 별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운동은 기왕 할 것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MLB파크에서 주최한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