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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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역학은 우리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사물의 움직임과 위치, 힘과 힘 사이의 관계와 결과를 미래 어떤 시점의 것으로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여러 모로 보통 편한 게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 간 과학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건 거의 전적으로 이에 기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과학의 발전 속도나 진척이 예전같지 않고 여러 한계점에 부딪히니, 이 세상이 뉴턴 고전 세계관으로 깔끔하게 설명되는 부분보다, 설명을 여전히 거부하는 복잡계가 버젓이 실존한다는 걸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복잡계의 운용 원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지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복잡성이란 속성도 보기에 따라 기준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p31). p44를 보면 황색망사점균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에 대해 저자가 이야기합니다. 그러지않아도 제약학계, 혹은 재료학계는 자연이 자신의 당면 과제를 풀어내는 패턴을 고대로 모방하여 혁신을 도모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죠.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격물치지의 오의를 특히 강조했는데, 서양 과학자들이 자연을 그저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스승처럼 여기게 된 추세를 보면 새삼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을 사용하는 근본적인 의의는 생각을 정리하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간략화하고 불필요한 것과 추상적인 것을 처리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드는 데 있다(p58)." 말이 좀 중언부언 같기도 합니다만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세상 살면서 가장 철없는 사람들이 "수학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같은 소리를 겁도 없이 떠드는 부류죠. 저자께서 표현한 저런 의의 정도는 당연하고, 우리는 방정식을 보며 아직 우리가 현실에서 발견하지 못한 그 무엇이, 물리계의 작게 구겨진 차원 안에 숨겨졌을지를 치열하게 상상하고 추론합니다. 이것이 바로 해석의 영역입니다.
하이퍼링크라는 게 인터넷 서핑 할 때 이곳저곳을 넘나들게 해 주는 편리한 장치일 뿐 아니라 수학, 공학상의 중요한 탐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p100 이하에서는 "비교적 신생 과학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멋진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수함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함수의 대표라면, 로그함수는 그 역함수이므로 훨씬 천천히 증가하는(증가함수이기는 하죠) function의 대표격입니다. 연결망의 크기는 노드 수를 아무리 늘려도 찬천히 늘어날 뿐이라는 건데 몇 년 전 주식판에서 5G 기대감이 그토록 높았건만 김빠진 결과로 모두를 실망시킨 건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 통신망 혁신이라는 게 세대 이름을 바꿀 정도가 되려면 저궤도 인공위성 같은 또하나의 다른 차원 기술이 이 분야에 직접 도입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 네트워크 공학(과학)은, 더군다나 최근 코비드19의 유행으로 각별한 다른 용도 하나가 더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 p128을 보면 예방접종의 효과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사례와 해석에서 저자는 "척도(가) 없는 연결망에서는 무작위로 실시되는 예방접종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자연과학, 또는 수학을 연구할 때도 이처럼 인문학적 통찰, 인사이트가 빛나는 순간을 보면 우리는 거의 감동을 받게 되죠.
자기복제의 놀라운 이치를 규명한 프랙털 이론은 이미 1980년대부터 화려하게 각광을 받았더랬습니다. p163에 보면 모든 식물은 겉으로는 다르게 생겨도 생식하는 이치는 같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이런 식물과 비슷한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나옵니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견고함을 넘어 극단적인 변화를 거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p169), 견고함과 환골탈태가 동일 지점 안에 공존한다는 그 섭리가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p199)" 이제 우리 인류는 기후 변화에 직면하여 어떤 분명한 기로에 섰습니다. 여기서 막아내면 우리는 그나마 현재의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고, 이 지점에서 안이한 인식으로 행동을 미루면 파국, 아포칼립스를 맞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미래를 부를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용기를 발휘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냐에 달려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