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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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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3. 11.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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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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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기미가 가실 줄 모르고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기운마저 엄습해 오는 듯한 요즘, 개인이건 기업이건 뜻하지 않은 손해와 타격을 면하려면 그저 조금이라도 더 똑똑해지고 기민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생존 전략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세상의 큰 흐름을 읽고 그에 잘 적응, 편승하는 길, 나아가 (가능하다면) 남들보다 대세를 먼저 파악하고 내가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만드는 길이겠습니다.

머리말 중 p19에는 이 트렌드코리아 시리즈가 매년 출간된 게 벌써 16년째라고 대표저자 김난도 교수님이 밝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 독자들이 다 알듯 이 시리즈는, 명년에 출현, 발생이 예측되는 트렌드들의 영단어 두문자를 따서, 전체로도 하나의 의미를 이루는 구절을 만들어 매번 제시합니다. 내년은 용의 해이며 그래서인지 DRAGON EYES가 뽑혀 책 전면에도 내걸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시리즈의 이런 전통에 대해 약간 억지라며 가벼운 불평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필진의 고충과 노력, 센스, 나아가 통찰에 대해 매년 적정선의 경의를 표하며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 나갈 듯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두(p22)에는 키워드 해제가 나옵니다. 독자들이 익히 아는 바이지만 이 대목은, 정 시간이 부족한 독자라면 이 단 두 페이지라도 꼼꼼하게 읽어 둬서 책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핵심 정보라도 챙겨야 하는 곳이며, 책 전체를 통독하는 통상적인 독자라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읽어 두어 내용을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 워밍업 존(warming-up zone)입니다. 이게 바람직한 독서 방법이겠으나, 여태 이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다 알듯이 사실 책이 워낙 쉽고 재미있게, 소설처럼 술술 읽히기 때문에 너무 그렇게 각잡고 형식에 딱딱 맞춰 읽을 필요는 없기도 합니다.

시리즈가 대체로 그랬듯이 올해판(내년판)도 전반부에 2023년 한해를 회고하고 작년판에 대한 약간의 리뷰도 담았습니다. 이어 후반부에 10개 트렌드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전개되며, 독자의 편의를 위해 책 옆면에는 thumb index를 찍어 필요시 찾아보게 했습니다. 책의 학문적 신뢰성 제고와 독자의 추가 탐색을 위해 권말에는 주석도 달렸습니다. 

대기업들의 신규 공채가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등 취업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지만 대신 우량기업의 직원 혜택, 복지는 더욱 강화되고 바람직한 직장 문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조짐이 있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AR, VR 등 최신 기술이 직원들의 소양 증진, 건강 체크, 사기 앙양 등에 사용되며, 고위층에서도 젊은 세대의 감각과 안목을 조직 문화에 적극 흡수, 활용하려고 애 쓰는 모습이 관측된다고 합니다. 인적 자원은 경영진의 비전과 방향성을 강화하고 적극 활용되어야 그게 기업에도 이익이지, 어떤 치졸한 제로섬 게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그저 정해진 제품과 서비스를 대중에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업력이 오래된 곳이라면 지난 역사를 그 자체로 콘텐츠화하여 소비자나 직원과 소통 강화의 채널로 삼습니다. 책에는 이를 성공적으로 해 내는 예로 LG전자를 들며,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전은 금성"이라는 통념(근거 유무는 일단 떠나서)을 컨텐츠화하는 데 성공하고 젊은 층의 레트로 유행을 잘 캐치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요즘은 편의점이든 어디든 제로슈거 제로칼로리가 유행입니다. 제품군 자체가 나온 건 20년도 넘었습니다만 효능 면을 개선하고 풍미도 보강하여 지금처럼 흐름 하나를 새로 일으킨 건 여태 없던 현상입니다. 이 역시 혁신의 일종이며 책에서는 이른바 "헬시 플레저 족"을 겨냥하여 이런 마케팅이 시도된다고 합니다. 원래, 꺼림칙하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대상이나 활동을 가리켜 guilty pleasure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에 라임을 맞춰 신조어가 나온 것입니다.

몇 년 전 모 금융기관 보고서에서 코인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ESG 모토도 트렌드로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집필진이 선정한 2023년 10대 상품 설명을 마지막으로 1부가 끝나고 본격 2024년 트렌드를 내다보는 2부가 시작됩니다. 매년 이 시리즈를 챙겨 봤던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 10대 히트 상품 회고가 은근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시간관리가 직장인, 학생 들의 주요관심사로 대두한 건 이미 오래 전 일이긴 합니다만 올해 2023년은 특히나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p137)가 트렌드를 넘어 강박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며 많은 관측자들이 입을 모읍니다. 책에서는 젊은 층이 주거를 고를 때 직주근접을 더욱 중요시하고, "반반반차"라는 말이 다 나올 만큼 시간 단위를 더욱 잘게 쪼개어 관리, 사용한다고 지적합니다. 드라마 하나를 봐도 결말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자신이 투자한 시간을 아까워하며, 기업들은 이에 따라 고객의 시간 니즈를 먼저 고려하는 쪽으로 개발 전략을 수정 중이라고 합니다. 이 "분초사회"는 책의 머리말에 나온대로, 두문자 중 서열이 가장 앞인 만큼, 다른 키워드 트렌드들을 이끌고 나가는 으뜸 근인으로 책에서 내세운 테마입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실감나게 다가온 키워드가 "호모 프롬프트"였습니다. 이제 명령만  프롬프트  창에 입력하면 무엇인가를 생성해 주는 똑똑한 AI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는데 그 대표가 올해 초에 큰 화제를 모았던 Chat GPT였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 AI가 전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기는 어려우며, 그런 날이 혹 온다 해도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입니다. p181에서 저자는 "메타인지라는 인간만의 능력을 잘 계발한다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에 눈을 그려 넣어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은 결국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는, 다소 감동적이기까지 한 말씀을 하시네요. 올해판의 키워드 두문자 조합, 혹은 책의 부제가 DRAGON EYES임도 다시 떠올려 보십시오.  


젊은 세대는 육각형 기준을 두루 충족하기를 추구하고 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의 또래들과 비교 대조하기를 좋아합니다. 육각형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는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의 6요소입니다. 이게 어떤 정성적(qualitative)인 가치평가가 아니라 숫자로 환산되는 줄세우기, 랭킹 매기기 놀이에 가깝다는 건 뒷맛이 약간 씁쓸해지는 대목이죠. 연예인들도 어떤 브랜드의 앰배서더에 선정되느냐에 따라 대중에 의해 순위, 나아가 계급이 규정된다는 대목에서, 해당 연예인은 물론 소속사 인력들도 참 골치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처럼 육각형 인간의 기준 충족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건 한국의 계층 상승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뜻도 된다고 책에서는 진단합니다.

가전제품 졸업했다는 말이 예비 신혼부부 온라인 카페에서는 유행이라는데 "발품 팔아 각종 가전을 만족스러운 가격에 다 구입하여" 라인업을 꾸려 놓은 상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전제품은, 한국에서 이른바 대리점이라고 불리던 유통 경로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한동안 양판점이 인기를 끌다 현재는 도심 곳곳에서 보듯이 대기업 브랜드의 D2C가 대세입니다. 시간 버라이어티, 채널 버라이어티, 고객 버라이어티 3유형으로 분류되는 가격 차별 전략은 이제 세계적 대세가 되었다고 책에서는 말하는데, 사실 그 원형격인 이론은 학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었던 게 이제 이렇게나 진화한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별나게 재미를 추구하는 동물입니다. 요즘 세태에서는 도파밍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책에서는 작년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던 "디깅"과는 다르게, 그저 재미면 족하다는 취지로 쓰이며 책에서 그 유형을 네 개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쾌락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도파민 분비 기제도 관리하여, 돈도 절약하고 자신의 장기 건강도 챙기는 영리한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컨텐츠뿐 아니라 브랜드에도 스핀오프가 요즘은 수시로 론칭되는 시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뉴스 같은 formal하고 근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보다 가벼운 포맷으로 즐길 수 있는 스핀오프가 나오기도 하는데 책에서는 스브스뉴스 같은 걸 예로 듭니다. 기술도 메인에서 파생된 서브 기술이 줄줄이 나오기도 하고, 여러 대기업이 분사(分社)라든가 자체 스타트업을 내놓는 등 조직 스핀오프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브랜딩이 세분화하면 일찍이 없던 수요를 자극하거나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대기업의 독과점이 우려되기도 하고, 개인 측면에서는 정체성 훼손 문제도 고려해야 할 이슈입니다.

셀럽도 과거에는 공중파에 출연하여 전국민이 다 잘 알만한 정도라야 연예인 소리를 들었으나 요즘은 다양한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고 이들의 팬들이 그 소비나 표현 패턴을 따라하는 "디토(ditto)"가 유행이기도 합니다. 사람 디토, 컨텐츠 디토, 커머스 디토가 책에서 분류한 세 유형인데, 세번째 것은 편집샵 같은 걸 생각하면 됩니다. 이게, 과거처럼 거대 브랜드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추세를 반영하여 이른바 시그너처(signature) 소비가 대안으로 떠오른 결과라고 하며 기업도 그에 맞게끔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메트로폴리탄을 넘어 요즘은 자신을 리퀴드폴리탄이라고 규정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않고, 때로는 번잡한 대도시에서 차가운 도시인의 컨셉에 푹 빠지고, 때로는 한적함 교외로 나가 자연인이 되어 야성을 표현하기도 하는 걸 가리킵니다. 사람들의 다층적 욕구를 잘 파악하고 특정 지역에서 "경험 여정(p358)"을 만드는 이를 "도시 기획자(local creator)"라고 한다는데, UAM 같은 신 교통수단의 등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돌봄경제의 등장입니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 기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움 제공이 주된 기능인데,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늙고 혹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이런 인프라 혹은 민간시설은 시민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고 또한 이타적 인간성 본연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10개 트렌드는 내년에의 예측이지만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근미래이기도 합니다. 이 중 상당수는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일상에서 회사에서 체험할 만한 것들인데, 과연 얼마나 그것을 최신 트렌드라며 의식적으로 캐치하고 살았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습니다. 만약 이미 캐치해 낸 게 적었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나 자신을 추슬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