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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수학 질문수업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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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원래 스스로의 리듬과 논리에 맞춰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주제이고 공부입니다. 그런데도 학습의 현장에서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어떤 정해진 경로를 그냥 주입식으로 암기시키는 방법에만 의존합니다. 그래서는 학생의 실력이 오르기도 힘들고(애초에 수학은 암기와 친한 과목이 아닙니다), 괜히 과목에 대한 정만 확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수학은 문제를 맞닥뜨려 주어진 난관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엔지니어링일 뿐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다른 부류의 문제 해결에까지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 가는 고차원의 정신 계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머리 있는 사람이 다 수학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수학 잘하는 사람이 일머리까지 발달한 경우는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p56 같은 곳을 보면 "배움은 놀이처럼"이란 말이 나오는데 수학에 정말 잘 어울리는 구절입니다.
p47을 보면 셈식 계산을 잘하는 학생들도 문장제를 어려워하는 수가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차라리 번거로운 말이 없고 수와 식만으로 깔끔하게 구성된 건 척척 풀겠는데, 사람이 일상에서 하는 듯한 말이 끼어들면 이걸 어떻게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벌써 뭐가 당황스럽습니다. 사람의 말은 수식과 달리 모호성이 반드시 개입하며, 학생 개개인이 언어 규약(명시적, 암묵적)에 대해 오해한 바가 있으면 문제 자체를 엉뚱하게 해석할 위험도 있고, 이런 실수가 몇 번 반복되면 아예 문장제 영역 전체에 대한 공포까지 생깁니다. 그래서 특정 학년에 접어들면 학생에게 공연한 강박, 공포, 입스 같은 게 안 생기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욜한데, 이 책에서는 일선에서 선생님들께서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하신 많은 노하우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수학과 짝이동 놀이(짝이동 활동. p99, p166 등)가 무슨 관계일까 싶기도 한데 책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게 다 있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희 때에는 짝이 한번 정해지면 한 학기 내내 계속 갔었는데, 짝이 고정되지 않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바뀐다면 학생은 더 많은 경우를 고려하고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 매 순간을 맞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우의 수도 따지게 되고(순열, 조합), 사회적 지능도 발달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도 해 주는 마인드셋도 갖추게 됩니다. 그저 수학 실력만 느는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공동체에서 환영 받는 인간형으로 성장하거나 거듭나게 되죠.
p132를 보면 이끎과정에 대한 설명, 또 벤저민 블룸이 도식화한 사고 과정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있습니다. 이 부분 읽으면서 학생들을 향해 전달되는 가르침이 정말로 이런 신중한 과정을 다 거쳐야 그 어리고 섬세한 정신에 상처가 생기지 않고 자기 것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게 아닐지,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재능도 있으면서도 마음이 씩씩하기까지 하기에 이런저런 방해물이 있어도 그냥 잘 헤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마음이 약하고 자기 주관이 강해서 그 마음을 잘 북돋워주지 않으면 바로 주저앉거나 성장을 거부하고 다른 방향으로 엇나갑니다. 그래서 어린 정신을 잘 다독이고 교육하는 과정은, 보살피고 감싸주고 돌보는 마음에 더하여 이처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방법론이 수반되어야 소정의 성과가 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잘만 다독이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 어린 인재들을 너무 문제 푸는 기계로만 만드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주어진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것도 대단한 실력이며, 어린 나이에 출제자의 의도를 바로바로 캐치하여 난제를 해결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 외국에서는 정말로 놀란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여태 없던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새로운 세계관을 건설하는 유대 식 천재가 나오려면, 문제 풀이 기계보다는 마음껏 사고하는 자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풀지 말고 떠들게 하라!"는 이 책의 모토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