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로 만나는 서양철학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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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라 함은 원래 선(禪) 불교의 참선 주제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삶의 무수한 난관들 혹은 관심사들이기도 하며, 이런 많은 화두들이 알고보면 철학, 철학하기의 동기, 단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의 삶 속뿐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문학, 영화, 드라마 안에도 이런저런 화두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며, 이 책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맥락 속에서 그 어렵다는 서양 철학의 주요 테마를 친근하게 풀어 줘서 유익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수레바퀴 밑에서>의 주인공 한스는 꿈 많고 상상력 풍부한 소년이었으나 학교에서 강요하는 라틴어 문법으로 대표되는 살인적인 공부에 지쳐 끝내 죽음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잠시 인용하며, "나 자신을 알기,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대해 자세히 풀어 줍니다. 소크라테스는 사실상 서양 철학 본령의 개조이며, 그가 전개한 담론의 핵심이 바로 저것입니다.
이데아, 즉 모든 현상과 가치, 지향에는 이데아, 즉 가장 순수하게 완성된 형태가 있고, 이보다 좀 못하거나 타락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플라톤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선(善)의 이데아"를 최정점에 올려놓는 방대한 이롬 체계를 후학들에게 폂쳐 보였고 서양 고전 철학은 사실상 그에게서 본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정과 귀족정 사이의 조화를 주창했으며 특히 군인과 통치자가 사유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한 지론이 특이하게 다가옵니다.
행복, 환상에 이어 세번째 화두는 운명이며 저자들은 이 화두를 스토아 학파의 이론을 통해 설명합니다. 스토아 학파는 우리네 인생의 덧없음을 내다보았기에, 파토스(정념)로부터 로고스로의 도약, 초극을 강조했고, 자연법의 보편타당성과 범신론, 자유의 소중함을 설파했습니다. 이렇게 배우고 보니 그 어려운 스토이시즘이 훨씬 쉽게 다가오네요.
인간은 누가 뭐라해도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입니다. 다만 그 쾌락이 어떤 종류냐는 데 차이가 나는데, 벤담 같은 이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웠으며 이것이 공공선의 핵심이기도 했죠. 이어,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텍스트 삼아 J S 밀의 평등, 사회적 정의를 논합니다. 이로써 소크라테스가 말한, "배부른 돼지의 쾌락"과 인간의 참된 쾌락 사이에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더 명확한 이해가 가능해지네요.
<멋진 신세계>로부터 저자는 스피노자가 말한 "자기 보존"에의 노력과 본능을 자세히 가르칩니다. 따지고 보면 그 끔찍한 복제 시스템도, 우월한 종 특성의 순혈적 보존을 위한 필사적 몸부림이었습니다. <파리 대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아포칼립스를 보면 홉스가 말한 "자연 상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리바이어던은 마지막에 나타난 그 어른일까요? 뭐가 되었든 간에 인간은 사회의 규율과 통솔에 대해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앞서 스토이시즘이 인간의 정념을 초월하는 걸 큰 목표로 삼았다고 짚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감정의 존재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데이비드 흄은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며,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서양 철학의 거성 임마누엘 칸트는 감정 따위를 초월한 선의지, 이성적 준칙에 의한 도덕적 결단만이 인간 본연의 의무를 완성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존의 의의에 대해 여러 철학자가 논한 바 있으나 이 책에서는 니체와 사르트르를 거론합니다. 니체는 참으로 격정적으로 다양한 삶의 힘있는 국면에 대해 시적인 표현으로 독자들과 소통했으며 사르트르는 상호주체의 개념을 통해 현대인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각자에게 발견되는지를 예리하게 통찰했습니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우리의 일상에 대해 천착한 철학자로 호주 출신 피터 싱어를 소개합니다. 종차별을 극복하고 사회에서 절대빈곤을 퇴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울림이 깊으며 롤스 역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사회 전반에 정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했다고 하겠습니다.
어렵기만 한 철학 토픽에 대해 영화, 드라마 등에서 주제를 뽑아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챕터 말미에는 해당 철학자들의 생애와 핵심 성과에 대해 요약한 부록까지 곁들여져서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