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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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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은 마포구 소재이니 한강 벨트에 (크게 봐서) 속합니다만 아직도 개발이 미진한 구역이 많아서인지 서울 북부 같는 느낌이 드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일산까지의 거리도 매우 멀지만, 느낌상으로는 일산도 금방 갈 것만 같습니다(제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은원이 성이연을 찾아가는 길이 대흥동에서 버스를타고 일산으로 가는 건데, 개발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매우 침체된 분위기인 일산이 목적지라는 점도 그렇고 뭔가 좀 다운되고 약간은 어둡기까지 합니다. 현재 은원은 집을 비워, 자신의 공간을 "은원 없는 은원의 집(p16)"으로 만든 상황, 여튼 기어이 백석역에 도달해 호수공원 근처 약속한 찻집을 찾은 은원. 이미 성이연은 장소에 나와 있습니다.
은원은 제 생각에 주위 사람들에게 다소 걱정을 끼치는 타입인 듯도 합니다. 연락이 안 되니 한차연은 안달복달하며 걱정할 만도 합니다. 소설 초두는 차연이 은원을 걱정하며 기어이 그 집에까지 와서 부재를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제주도 여행이 기어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었다는 말인가. p91에서 은원의 어머니는 차연에게 전화를 해 그녀만이 해 주었던, 앞으로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부탁합니다. 차연의 답은 남자답게 흔쾌하고 단호합니다. 어머니의 전화가 아니었어도 이미 그럴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연은 성격답게 "무조건 아이스아메리카노(p127)"를 읊습니다. 그러나 은원은 따뜻한 라떼를 마시겠다며 약간은 뜻밖으로 다른 의견(?)을 냅니다. 이 순간 은원은 아마 아아를 마실 수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머리 속에 아카이브처럼 기억을 저장해 두는 게 "변태" 짓일까요? 은원이 하필이면 그 말을 꺼낸 걸 갖고 차연 본인도 아니고 밖에서 보는 독자가 뭔가 위화감을 느낄 필요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뭔가 아슬아슬해진다는 예감은 은원이 갖는 것 같습니다. 생리 이야기를 꺼내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며 스스로 겸연쩍어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잔잔한 소통과 약간은 수상쩍은 로맨스가 기대되던 초반의 분위기는 이후 급변합니다. 다소곳이 어느 시인(이름은 진이정이라고 합니다)을 여느때처럼 토의할 것 같던 차연과 은원. 물론 차연은 우리가 눈치챈 대로 시인 같은 토픽을 즐길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때 차연은 은원의 말머리를 급히 자릅니다. 평소답지 않죠. 그런데 은원은 오히려 후련함을 느낍니다. 이 후련함은 감정상의 유쾌함이 아니라, 그저 예감만으로 취급했던 불안, 불길 같은 게 여튼 현실임을 깨닫고 느끼는 시원섭섭, 허탈, 체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은원의 운명은 급하게 진로를 잡는데... 남 보기엔 날벼락이겠으나 은원 같은 이가 그리 충동적으로 뭘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집착이 문제였어요. 관계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지요.(p204)" 소현정과 이인태 부부는 둘 다 전문의입니다. 기술, 특정 순간과 상황에서 그들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특정 기술에 대해 이해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초4인 딸 서인이가 크게 다쳤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천공렬 회장이 제안한 놀라운 내용, 유전자 복제를 통해 예전의 딸을 다시 만나라는 게 차분한 이성으로 그 당부가 판단되지 않는다는 다소의 회한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배반당했고, CL바이오 측은 다른 속셈을 감추고 있었던 거죠. 차연은 이미 기술의 위험함을 감지했었으나 다만 현정 부부가 내적으로 어떻게 그 정도의 단단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p244에 다시 언급되는 마포구 대흥동은 은원이 다니는 회사 소재지입니다. 차연은 기어이 은원과 다시 연락이 되었고 전화로 접촉이 된지 40분만에 은원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상황이 잠시 fade-out되고, 이제까지 oo로 알았던 ooo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차연의 목에 칼을 들이댑니다.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 어디쯤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끌려간 차연과 은원은 거기서 ooo와 ooo를 만납니다. 심하게 구타까지 당한 듯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상황에서 oo은 oo에게 고백 비슷한 걸 합니다! 물론 oo의 생각이 뭐였는지 정도야 우리 독자들이 진즉에 다 눈치챘습니다만 그 상황과 시점이 생뚱맞다는 겁니다. 다만 은원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여전히 아리송한데... 이제 차연과 은원은 천 회장의 비정하고 위선적인 표백을 들으며 그와 맞서는데 다만 이 와중에 약간은 낯설어진 모습을 은원에게서 차연은 느낍니다. 막판까지 결말이 과연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어 더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