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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렇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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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4. 5.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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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렇게 왔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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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세상에 우리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자체가 엄청난 축복입니다. 대부분의 갓난아기들은 부모, 다른 주변 인물들의 기대와 환희 속에 고고의 성과 함께 태를 열고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날은 벼락같이 왔다(p10)." 이 대목은 독자인 제가 참 충격적으로 읽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의료진이 "건강하다"며 가족과 산모를 안심시킬 때, 그런 당연한 말을 왜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낮은 확률이긴 하나 이 책에 나오는 준영이의 사례를 볼 때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준영이는 원래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생후 6개월에 폐렴에 걸려 갑자기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폐렴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위험한 병이지만 예측이 어려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더욱 신생아, 유아들에게 위험합니다. 이어 급성 패혈증이 생겼고 뇌부종도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어려서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도 아기지만, 엄마(이 책의 저자인 고경애씨)도 얼마나 충격을 받고 놀랐겠습니까. 이렇게 어린 단계에서 뇌에 상처를 입으면, 그 좋지 않은 영향이 평생 간다고 합니다. 준영이는 생명에 지장이 생길 단계는 다행히 지났으나, 대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때 이미 준영이한테는 위로 두 (어린) 누나들이 있었고, 친정아버지께서 항암치료를 받는 등 매우 힘든 처지였다고 나옵니다. 책만 읽어도 저자께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걱정이 많으셨을지 그 무게가 페이지 밖으로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이 와중에 기어이 부친이 돌아가셨고 준영이는 슈퍼항생제가 투약되고 나서야 간신히 중대 고비를 넘기는 등 저자에게는 거의 산 너머 산과 같은 불행과 불운이 닥칩니다. 어떤 사람한테 아무 잘못도 없이 이처럼 나쁜 일이 휘몰아치는 걸 보면 과연 세상에 정의가 있나 하는 짙은 회의감이 듭니다.

준영이처럼 중대 고비를 넘긴 아이들에게는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런저런 병원들이 있긴 했는데 아이한테 딱 맞다 싶은 시설은 또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준영이는 재활치료를 힘들어 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 치료도 힘든 판에 금전적인 부담, 주위에서 갖곤 하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 질시 등 때문에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고 나옵니다. "온몸의 강직이 심하고 전신마비에 경기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은, 치아가 제 자리에 나기 힘들다.(p50)" 참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실은 또 처음 알았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이미 이런 심각한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예측이 되나 봅니다. 이가 제 자리에 가지런히 나지 않고 제각각으로 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엄마가 보기에도 가슴이 찢어질 뿐 아니라, 아이 본인의 고통은 또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5년의 간병 끝에 저자 가족은 정말로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p98). 가족끼리 여행 떠나는 게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별것아닌, 많은 추억 만들기 노력 중 하나이지만, 간병 때문에 운신 자체가 자유럽지 못한 이들에겐 여행 중에 맞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새롭습니다. 이 대목 역시 참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아무리 일상적인 체험과 과정이라고 해도 이 순간이 다시 오기 힘들다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 모든 동작, 소통, 공감이 새롭고 소중하다는 점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심한 장애를 겪은 것도 힘들지만, 의사 선생님이 처음에 말했던 대로 준영이는 결국 오래 살기가 힘들다는 게 엄마를 더욱 마음아프게 했습니다. 결국 준영이는 여기저기가 아프면서도 회복이 안 되고 매일매일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에게 엄마라고 단 한 번도 말해 주지 않고, 그렇게 내 품을 떠나 멀리 날아갔다(p131)." 숨을 거두었을 때 평소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그 표정이 안 보이고, 그렇게 편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그때 이랬으면, 이렇게 했으면 달라졌을까?" 아이 생일, 세상을 떠난 날이면 더욱, 내가 지금 누리는 편안함, 편리가 아들 준영이의 죽음과 맞바꾼 건 혹시 아닌지 자책이 안 느껴질 때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인과관계도 없지만(p152), 엄마의 마음은 또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이의 가래 등을 빼 주는 작업을 석션(suction)이라고 하는데(p16, p164 등), 엄마가 아니면 도저히 기민하게 임할 수 없는 어려운 간병 중 하나입니다. "이젠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다(p198)." 그러나 딱지가 앉았다고 막 떼어버리면 상처가 덧나며, 남은 이들은 그렇게 상처를 달랠 수밖에 없다며 담담히 말씀하십니다. 모정이란, 모성애란 무릇 이런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