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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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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충격적인데 우선 이 책의 영어 원제를 좀 볼 필요가 있습니다. adult survivors of toxic family members인데... 보통 "유해한 가족들로부터의~"가 붙으면 그 뒤(영어라면 그 앞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만)에 victim(희생자)이 오고, 이 희생자들은 대개 청소년, 미성년자, 유아, 어린이들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가 공권력이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우선 adult라고 했으니 애들이 아니라 성인입니다. 보통 애들이 피해자이면 동정을 받고, 시시비비가 대개는 분명하게 가려집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예를 들어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이라면, 아니 애도 아니고 다 컸는데 부모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겠어? 지도 알아서 잘했어야지 라며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게 형제 사이의 갈등이라면 더 심각합니다. 누가 쉽게 시비를 가릴 수도 없습니다. 형이 무슨 벼슬이나 된 양 동생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심지어 의붓부모와 결탁하여 재산을 가로채기까지 합니다. 최근 헌재(憲裁)에서 유류분 폐지(위헌,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내려졌으므로 한국에서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면 마음 약한 쪽이, 에휴 나도 다 잘했다고는 못하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가해자의 의도에 말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숯불을 피우고 자살까지 합니다. 이 책의 목적은, 피해자 입장에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도 타인은 타인이고, 내 소중한 인생을 남의 책이나 악의에 제물로 바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survivors는, 당연하지만 그런 나쁜 의도에 무기력하게 말려들지 말고, 단호하게 끊어낼 부분은 끊어내라는 것입니다. victim이 되지 말고 살아남으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 제목에는 정관사 the가 하나도 붙지 않았습니다. 나쁜 가족과 겪는 갈등이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며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이 특수한 경우에만 맞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저자의 단호한 의지가 벌써 제목에서도 이렇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의역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 잘 옮겨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목 보고 끌렸던 분이라면, 책 내용도 그 기대에 맞게 잘 저술되었으니 믿고 읽어도 되겠습니다. 첫째 이 책은 그런 가족이라면 절연해야겠다는 당신의 결심에 도덕적 근거와 정당성을 부여하며("가책 느낄 필요 없다! 잘못은 저쪽이 먼저 했으니!), 둘째 괜히 덤터기쓰거나 책잡히지 않고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올 현실적인 팁을 제공합니다. 복수나 응징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남의 나쁜 음모에서 그저 탈출하라는 겁니다. 미국 영화에서도 보면 피해자가 구태여 빌런에게 보복 폭행을 않고 그저 현장에서 도망만 치기도 하지 않습니까.
항상 보면, 나쁜 상황보다 더 사람 잡는 게, 나쁜지 좋은지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입니다. 아예 나쁜 상황이면 대응책이라도 마련할 텐데,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아리까리한 게 정말로 사람 골치아프게 만들죠. 이 책에서 말하는 toxic family member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해줄 때는 또 눈물이 날 만큼 잘해줍니다. 이러니 사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좀 그러는 듯하다가 바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가스라이팅을 시작하고 나의 골수를 뽑아먹으려 듭니다.
그 사람은 말만 가족이지, 나를 이용해야 할 도구나 감정쓰레기통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이 사람이 가족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하는지 이해하고 분석하려 들지 마십시오. 그건 당신이 할 수도 없고, 능력이 된다 해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그렇게 망가진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희생자로 삼고 괴롭히려고 작정한 상황이므로, 내가 이렇게 하면 그도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겠지, 행여 이런 기대는 품지를 않아야 합니다. 당신이 이런 헛된 기대를 품는 이유는, 그래도 우리는 서로 가족인데 뭔가 통하는 게 있겠지,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건 내 책임도 없다고는 못하지, 이런 착한 마음을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이 남도 아닌데(설령 남이라고 해도!)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 주겠거니 했다가는 그 악몽의 수렁으로 다시 빨려들어갑니다. 이 세상에는 남보다도 못한 가족, 친척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당신 옆에 있는 건 당신 잘못도 아니고 당신이 부끄러워하거나 죄의식을 가져야 할 일도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