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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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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4. 8.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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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IT를 전공한 김규범 강사, 작가의 고전 22편에 대한 수상록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또 즐겨 읽던 작품들이지만 저자의 시선으로 재해석되고 새로운 비전이 깃든 감상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섯 챕터로 나뉘었고 각각의 챕터에 두어 개의 키워드가 내용을 이끄는데, 읽어 보면 삶의 건강한 도약, 의지의 강화 등이 주제로 심어진 덕에 뭔가 기분도 개운해지는 느낌입니다. 인생이란 이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노력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야 하겠습니다.

1장 "생각의 모양"에서는 헤세의 <싯다르타>와 쿤데라의 <참을...>이 소개됩니다.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며, 프로타고니스트 싯다르타가 어떤 고립된 우월함, 내적인 장벽 등을 걷어내고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저자의 해석이 돋보입니다. "좋음, 옳음"은 어떤 고정된 의미가 아니며, 세상의 다양한 면모를 두루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이 어느 독자에게라도 신선하게, 또 계도적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내 행동 중 나만의 개성을 이루는 독특함, 그 근본은 바로 "키치"이며 이 키치 때문에 무려 스탈린의 장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는 소설 속의 아이러니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저는 소령입니다. 제가 코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반대로 세상의 어떤 정해진 틀 안에 나건 남이건 가두면서 별 필요도 없는 형식을 구태여 관철하려 드는 것도 어색합니다. 사람은 물론 주어진 육신에 갇혀 생리적 제약을 받으면서, 또 대지를 거닐면서는 중력의 제한을 받으며 힘들게 한세상 살다 수명이 다하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태어나기를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겠습니까. 저자는 이 챕터에서 고골의 <코>를 인용하는데, 인간의 모순과 어리석음을 유머러스한 필치와 비유 속에 재미있게 표현한 이 명작은 성인이 되고 나서 읽어도 그 울림이 남다릅니다.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싱클레어는 사실 깡패 크로머 앞에서 끽소리도 못하는 찌질한 면모만 오래 기억되지만 중후반부를 읽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데미안 같은 존재를 만났으면 평생 그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될 만도 하지만, 오히려 경계심, 차별화, 묘한 경멸감까지 살짝 가지며 데미안과 갈등하는 모습이 이 소설의 진짜 재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에 공존, 타협, 갈등, 공감 같은 단어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어린 독자들이라면 깊이 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몸이 아픈가, 왜 누군가는 이유 없이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 이게 바로 인생의 부조리입니다. 저자는 카뮈가 <이방인>을 지을 때 프랑스인들이 현지에서 나치 점령 하에 겪었던 무력감, 좌절감 등을 부조리라는 말로 압축하고 이를 이 고전의 주제로 승화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그 자신도 부조리한 존재이지만, 타인과 외부의 부조리함에 맹렬히 저항하고 끝까지 자유를 추구하기도 하죠. 이 뫼르소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타매를 받기위해 세팅된 캐릭터는 아닌데(카뮈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죠), 무슨 권선징악 신파극 감상문 쓰듯 미친듯이 욕을 하는 사람은 자기 정신의 일차원성과 무지함,도덕감으로 위장한 자신의 비틀린 인성만 폭로하는 거죠.

사실 돈키호테는 그 사람 개인으로만 보면 정직하고 용감하고 성실한 인격자입니다. 다만 그 가치관이 너무도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은 것이며, 따라서 주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데 비극이 있었죠(소설 초반에 정신병 발병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또 이 양반도 죽음에 임박하여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여느 남자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육점 딸 둘시네아에게 그 고귀한 기사도를 발휘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양반은 소외되고 불운한 처지(자신이 그에 처했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불운한 자들 포함)의 모든 여성들에게 챔피언 구실을 해 준 셈이니 얼마나 이타적입니까. 사람은 일평생 한 번만이라도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제 처지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운이 좋아서 그 자리까지 간 요행수는 생각도 못하고 큰 피해자나 된 양 앙앙불락하는 꼴을 보면 인간의 존엄이란 말이 참 공허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당대에 화를 받는다고 애가 그모양이죠. 

헤스터는 사실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이, 말그대로 주홍글자를 억울하게 낙인받은 비운의 여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선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비겁 그 자체의 처신을 보인 딤스데일이야말로 그 이마에다 주홍을 넘어 껌정글씨를 박아넣어야 할 한심한 인간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치욕의 A를 전혀 다른 의미로 승화시켰던 그녀야말로 인생의 승리자였음을 저자는 강조하는데, 말그대로 22편의 고전에서 어떤 일관된 메시지 하나를 힘입게 깔끔하게 끌어내는 능력에 독자로서 감탄하게 됩니다. 청소년 독자들에게 바른 인생관을 함양할 수 있는 좋은 책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