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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생명 공부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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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은 앞으로 우리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 줄 텃밭이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한때 이쪽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지원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좀 뜸해진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고, 또 우수한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헤 보면 대한민국의 우수한 두뇌들과 정말로 궁합이 잘 맞는 학문임이 틀림없습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2부 리그라고 할 수 있는 코스닥의 경우 장래가 유망한 바이오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고 머지않아 화려하게 도약할 날만 기다리는 중인데,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이 성공하려면 역시 생명과학 전공 인재들이 잘 양성되어야만 합니다. 이 책은 아마 그런 인재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심어 줄 수 있을 듯도 합니다.
두문자암기라는 게 저 개인적으로는 썩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p93을 보면 미국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세포의 기능을 잘 기억하게 돕는 노래가 있다고 나옵니다. 길이도 상당히 길고, 내용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저도 중학교 때 생명체 생장에의 필수 원소인 C, H, O, N, S, P, Fe, Ca, Mg, K 등을 외울 때 선생님께서 특별한 암기법을 가르쳐 주셔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긴 합니다. 이른바 cram school 방식이라는 게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만 성행하는 것 같아도 저 노래의 가사를 보면 구체성이나 길이 면에서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곡조를 찾아 보고 저도 따라해 보고 싶었습니다.
p44에는 스탠리 밀러의 원시 지구 생성에 대한 실험이 나옵니다. 매우 유명한 토픽이기도 하고 저도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이 납니다. 이후 많은 개정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영감을 주는 실험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호기심과 의욕을 심어 주는 멋진 시도였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이 광대한 태양계(태양계만 해도 얼마나 광대한 공간입니까)에 오로지 우리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너무도 신비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아직도 밝혀져야 할 비밀이 많이 남아 있지요. 이 역시도 미래 세대의 우수한 두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p130 이하에는 인간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가 설명됩니다. 당시에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라고 불렀는데, 일단 해독이 끝나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공동으로 발표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었으나 빠진 부분도 있었고 이는 20년이 지나서야 오온전히 채워졌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이나 사람이나 염기서열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만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고 믿는 존엄성의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요? 저자는 고등생명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쓰지 않겠다고도 하십니다. p184 이하에는 대략 10여년 전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CRISPR-Cas9 기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됩니다. 물론 악용될 시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나 얼마나 환상적인 혁신입니까.
p224에는 세포의 죽음에 대한 두 가지 방식이 설명됩니다. 세포 역시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물리적 기능적 단위입니까. 이 세포의 작용이 인체 전체의 활기와 건강을 좌우하고, 마침내 생명체의 수명과 재생산에까지 관여하니 말입니다. 괴사(neocrosis)와 사멸(apoptosis)은 서로 다른데, 전자는 예측지 못한 손상으로 일선에서 퇴장하는 결과이지만 후자는 할 일을 다하고 자연스럽게 생명 대사 과정에서 은퇴하는, 저자의 말씀을 빌리자면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와도 같은, 유기체 전체를 위한 장엄한 희생과도 같다고 합니다. 이런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어린 독자들에게 더 큰 흥미를 부르고, 더 강한 학습 동기를 심어 주는 것이겠습니다.
p286 이하에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부터 해서 항생제 내성 등 최근에 특히 민감하게 대두한 여러 이슈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플레밍의 우연한 실수로 발견된 페니실린은 한때 인류에게 온갖 질병으로부터의 구원을 가져다 줄 만큼 칭송받았습니다. 그러나 유전자의 신묘한 구조는 기어이 이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바이러스에게 가르처 주었고, 그 단순한 생체 구조 덕분에 이들은 갖가지 변이를 간단하게 일으켜 인류로부터의 위협을 극복하는 중입니다. 핵 사고가 터져 인류가 모조리 멸종해도, 바이러스, 혹은 그보다 훨씬 고등한, 아니 그냥 복잡한 생명체인 바퀴벌레들은 거의 아무렇지도 않게 변이를 거쳐 살아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고등한, 아니 복잡한 생명체인 인간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이 예쁘고 심오한 책은 자연과 생명의 궁극적 비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강력한 동기를 어린 독자에게 심어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