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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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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을읽고싶은소년 2022. 12. 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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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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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의) 실패담은 상반된 감정을 안겨다 준다. 하나는 (내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희열이고, 다른 하나는 나 역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p151)." 이 소설 p150을 보면 2020년 (3월) 12일 새벽 1시에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던 그 순간 주인공이 겪었던 일을 회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현물도 워낙 변동폭이 커서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식당 주인이 가게 문을 닫는다는 알림이 화제가 되는 등 주변에 횡재를 한 사람들이 많았는가 하면(그 정반대 예는 p138에 나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대로 타이밍을 최악으로 잡고 들어가서 쪽박을 찬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5억원쯤은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때? 10계약만 더 넣어 보지 그래?(p152)" 바로 앞 페이지에는 원숭이의 쾌락 버튼 실험 얘기가 나오는데 마약도 그렇고 단기간에 큰 돈을 번(코인이라든가) 초보 투자자들, 증시 무서운 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들의 생리가 이와 같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비록 아직 어린 스물 세 살 여성이라고는 하나 시장의 원리에 꽤나 달통한 편인 주인공마저도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큰 돈이 순간 벌린다 싶으면 전혀 이성을 찾지 못하고 저런 유혹에 휩쓸리곤 한다는 점입니다. "중독자처럼 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끊어낼 수 있으리라는 착각(p16)." 누구나 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완전히 개털이 되기 전까지는.

앞서 주인공은 타인들의 실패담에 대해 저런 느낌을 털어놓았는데 p180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나는 헐떡이듯 웃기 시작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속삭임도 섞여 들렸다.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남의 불행에 판돈을 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몰락에 베팅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p163)." 이것이 바로,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한, inverse(p66)의 본질입니다.

이 소설에서 정운채는 그런 제로섬 게임에서 능력에 의해 혹은 우연의 장난으로 간간이 이익을 보는 편이 아니라(그러면 업자가 될 수 없죠), 이른바 대여계좌를 운용하는 일종의 사기꾼입니다. 개별 계좌에서 손실이 나면 그건 당사자의 책임입니다. 이익이 나면 당사자에게는 원금만 주고 이익은 먹튀(p32)합니다. 이러니 시장이 오르든 빠지든 정 사장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게임의 주재자들은, 영원한 몰락자들을 위에서 구경하며 비웃곤 한다(p127)." 세상에는 이런 사회악과도 같은, 뼛속까지 반사회적인 악질이 있기 마련이죠. p141에 나오듯 이 정운채는 금융사범입니다.

"주식은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커지면 모두가 함께 돈을 벌어갈 수 있지만 선물판에서는 수익과 손실이 항상 대칭이었다(p35, p99)." 우리 주인공은 그런데 투자 실력이 좀 좋은 편이긴 할까요? p149를 보면 (스윙매매) 승률이 8할이 넘는다고 하는데 단타는 잘 못한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차트에 선을 그어 지지선과 돌파지점 찾아내는 방법은 소질이 영 없었고 일목균형표 보는 법은 아직도 잘 모른다." 대신에 "볼린저 밴드와 RSI는 수시로 참고한다"고도 합니다. 어째 이런 유형 투자자들하고는 순서가 반대로 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차트 선 긋는 게 무슨 derivative tangent 구하는 고도의 기술도 아니고 대부분은 눈대중으로 직관으로 하곤 하죠. 또 보조지표는 이런 사람들(직감형)이 잘 안 봅니다. 안 봐도 잘하는 사람은 잘하고, 보조지표라는 것들은 무슨 목적으로 고안되었음을 스스로 내세우건 간에 후행성에 가까우니 말입니다. p204에 보면 이제는 단타 승률이 8할에 가깝(게 되었)다고도 하네요.

"지금 당장 포지션을 잡은 다음 소주병으로 머리를 갈기라고, 기절했다가 깨어나면 부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p191)." 살벌한 소주병 버전은 제가 처음 들어 보는데 이런 농담이 이른바 망치매매기법이라고 2년 전쯤에 단톡방 같은 데에서 유행하기는 했습니다(다시 생각해 보니 망치가 더 살벌하네요). 이건 2년 전처럼 장이 좋았을 때나 맞는 말이었고 지금 이렇게 했다가는 3개월 후 깨어나 계좌를 보고서는 아마 망치로 한 대 더 맞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부장(p67, p86, p189)처럼 안 되려면 망치나 소주병 따위에는 결코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깨달음. 갑작스러운 깨달음. 이것을 불교에서는 돈오(p18)라고 칭합니다. 주인공도 어쩌다 손을 대 본 해외선물에서 의외로 큰 재미를 보고 이런 느낌이 들었을 텝니다. p148에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도 생각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직관, 직감도 나노단위의 생각임이 분명하고 일일이 언어화하기 힘들다고 해서 무시할 게 결코 아닙니다. "나는 남들이 결코 알려주지 못할 깨달음을 얻었다(p204)." 우리가 정말 얻어야 할 깨달음은 인생에 요행이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얕은 속임수는 언젠가 반드시 들통이 나고야 만다는 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