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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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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명화들은 자신 안에 고유한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라는 게, 점잖은 자리에서 차마 입에 올릴 것이 못 된다면, 오히려 우리들의 흥미를 더 크게 불러일으킵니다. 인기 유튜버, 크리에이터기 쓴 이 책에는 모두 15개의 작품과 그에 딸린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어떤 것은 범속한 우리 모두가 몸을 오싹오싹해하며 읽어갈 만하고, 어떤 것은 감동과 전율을 느끼며 지금의 나를 반성할 만한 소재기 되기에 충분합니다.
p50에는 한스 홀바인이 그린 헨리 8세의 그림이 있습니다. 오주석 선생이 쓴 <한국의 미> 같은 책을 보면, 아무리 왕이나 당대 고관대작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라도, 그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려 든다면, 동료 예술가들에게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술가에게도 말하자면 선비의 지조 같은 게 있는 셈이겠는데, 홀바인의 저 그림도 못나면 못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실물을 그대로 묘사해 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헨리 8세는 영국 군주 중에서도 유독 대륙의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악착같이 국익을 챙긴 통치자였으며, 그의 각별한 바람기에 희생양이 되었던 여인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종교, 그리고 한 명의 황제가 있을 뿐이라는 중세적 믿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능한 합스부르크 출신 황제 카를 5세를 거치며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로마 대약탈, 마르틴 루터의 출현을 통해 독일 각처의 영방 국가들은 영주가 로마 가톨릭 아닌 자신만의 종교를 갖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팔츠(영어로는 팔라틴)의 영주였던 프리드리히 5세(p88)는 루터교 신자였으며, 제임스 1세(잉글랜드 기준)의 딸 엘리자베스 공주와 집안 간 혼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처음에 냉담했던 엘리자베스 왕녀가 어떻게 해서 프리드리히 5세의 끈질긴 구애에 넘어갔는지가 재미있게 서술되었습니다.
p95를 보면 그가 왕족이 아니라는 열등감에 괴로워했다는 취지로 서술되었으나, 그가 다스리던 팔츠가 국세(國勢)가 약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의 출신 가문 비텔스바흐는 독일 내에서 손에 꼽을 만큼 명문이며 합스부르크 가도 순전히 내력만 놓고 보자면 감히 비텔스바흐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단지, 보헤미아 신교도들로부터 온 제안이 국격의 상승 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이었겠습니다. p99에 나오듯, 이 선택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리석었으며 새 영지 보헤미아는 물론 본진인 팔츠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이 공격에 가담한 주요 영방국 중 하나는 바이에른이었는데 여기도 비텔스바흐 가의 다른 계통이라서 더욱 안타깝죠. 아무튼 이 책의 1장은, 범상치 않은 기개와 열정, 뛰어난 지능까지 지닌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독자를 매혹합니다.
기독교 문헌에는 유독 목욕하던 아름다운 여인이 이후 역사를 바꿔 놓은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p109에 나오는 밧세바(렘브란트의 그림 주제)가 그러하며, 외경이긴 하지만 다니엘서에 나오는 수산나가 또한 그렇습니다. 만약 다윗 왕이 훔쳐본 밧세바의 자태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면, 이후 왕위를 계승한 솔로몬 같은 이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여튼 이 유명한 그림에서 나신의 밧세바 모델이 된 여인이, 당시 네덜란드에서 불륜으로 지탄 받던 헨드리케였다고 책에 재미있게 서술됩니다. 비록 사회적 지탄은 받았으나 반려자 렘브란트에게 전혀 없다시피했던 현실감각을 잘 보충했던 그녀였기에, 이후 렘브란트가 명작을 계속 빚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네요.
마리아 테레지아(p154)는 그 품위 있는 용모로나 뛰어난 정치적 재능으로나 단연 군주의 자격을 갖추고도 남을 사람이었으며, 단지 불운하게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같은 라이벌을 당대에 만났을 뿐입니다. 헝가리인들은 기질이 드세고 자주의식이 투철하여 언제까지 합스부르크의 권위 하에 2등 시민으로 만족할 이들이 아니었으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오히려 구국의 지혜를 발휘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연설에 감동받아 결국 제국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던 역사적 사실이 책에 매우 감동적으로 서술되었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유명한 그림 <마라의 죽음>은 프랑스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해도 되는데, 책에는 암살자 샤를롯 코르데가 처형 후 부검 과정에서 처녀(virginity)였음이 증명되었다는 등 야만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세계 역사는 그 시대에 남다른 그림 재능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사랑 받고, 의도든 우연이든 역사의 주요 장면을 작품으로 남긴 천재들 덕분에 더욱 흥미롭게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교양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또 명화의 아름다움이 페이지마다 스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