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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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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분야인데 철학 개개 유파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연대순으로 정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야말로 그래픽 노블로 읽어야 어린 청소년들이 머리에 쏙쏙 정리가 잘 되지 싶습니다. 저자는 다음 책으로 서양 과학사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그 컨셉이 "고대 '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대한 근대 과학자들의 투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으며, 그 책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전편인 이 책을 잘 읽어 둬야 할 듯합니다.
어느 책이나 소피스트들의 기묘한 입장에 대한 서술로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인 태도죠. 궤변을 일삼고 상대주의에 빠져 대중을 오도하고... 그러나 p21을 보면 이는 기록을 후세에까지 남긴 플라톤이 그들의 회의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적이었던 영향이 남아서일 뿐 지나치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이 책 저자의 입장). 사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은 서로 활동한 분야가 다를 뿐 어느 하나가 논리필연적으로 타방을 전면 배척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대에는 교육 산업의 라이벌이었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놓고 서로 다투는 사이였겠죠.
개인적으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라는 게, 대략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으나 그런 무지의 상태, 혹은 척박한 현존을 과연 그 보조관념 이상의 다른 더 나은 선택이 없었겠는지 의문이 좀 들 때가 있었습니다. 헌데 이 책에서는 그래픽 노블답게 2페이지에 걸쳐 "플라톤이 말하고자 한 동굴의 심상"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합니다. 왜 동굴의 비유여야 했는가? 역시 플라톤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든 이론이 기독교 세계관과 부합한 건 아니고 로마 가톨릭도 12세기 당시에나 지금이나 전적으로 그를 긍정하는 건 아닙니다. 아우구스티누스 등 교부철학까지만을 긍정하는 프로테스탄트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1원인, 부동의 원동자, 목적록적 세계관 등은 영락없이 기독교 패러다임과 쏙쏙 궁합이 맞고, 더 엄밀히 말하면 초기 기독교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을 잘도 따라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이 지금까지도 내세우는 자부심 상당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데카르트 아니라 후대 언젠가는 누군가가 반드시 좌표계 이론을 완성했겠으나 여튼 최초로 이를 체계로 만들어 들고 나온 위인은 데카르트이며 그래서 이에 기초한 모든 방법론을 Cartesian이라고 아직도 수학에서는 부릅니다. 기하학 직관이 좀 떨어지는 사람도 좌표를 이용한 해석 풀이는 몇 번의 연습 끝에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죠. 이분이 처음으로 제시했다 할 "방법적 회의"도 사실상 근대 철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저자가 요약하는 데카르트 철학의 의의는 "이성에 대한 확신(p124)"이며 이때부터 인간은 종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은 서양 철학의 영원한 테마이며 어느 하나의 바퀴만으로는 수레가 굴러갈 수 없습니다.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p169)" 이는 한평생 쾨니히스베르크를 벗어나지 않았다(p164)는 칸트의 명언이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의 장점을 흡수해야 할 청소년기의 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